근혜노믹스 '경제 선발투수' 현오석 시대 활짝
2013-03-25 15:23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 기대…임명 후 민생 현장부터 찾아<br/>경기부양으로 지하경제 양성화·협동조합 활성화 꼽아
아주경제 배군득·유지승 기자=“증세보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선행돼야 한다. 물가안정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협동조합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새 정부가 지난 22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본격적인 경제팀 가동에 나섰다. 현 부총리는 임명장을 받자마자 국무회의를 마친 뒤 서둘러 다음날 현장 방문으로 새 정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22일 취임사는 현 부총리의 향후 정책 방향의 윤곽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5대 국정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일자리, 민생경제,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현재 당면한 위기를 무능력·무기력·무책임 등 ‘3무(無) 위기론’으로 규정했다.
성장과 분배의 연결고리가 약화하고 일자리 창출능력이 떨어지면서 정부가 ‘무능력’하다는 비판이 많아졌고, 저출산·고령화 대응이 당면 과제인데도 위기의 심각성을 찾아볼 수 없어 ‘무기력’함을 느낀다는 지적이다.
또 “서민 지갑은 얇아지는데 나라만 부강해져서는 정상적인 성장이 아니다”며 “민생의 어려움에 ‘무책임’했던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 부총리은 해결 방안으로 선도형 창조경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행복한 경제생태계 등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을 방문해 물품구매를 하고 있다. |
그는 경제적 약자를 정부가 확실히 보듬되 각자가 저마다 소질에 맞게 일해야 하는 건강한 고용·복지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에 따라 소외계층을 포함한 국민이 행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맞춤형 고용과 복지시스템 구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새 정부의 ‘경제 선발투수’로 나선 현 부총리는 사흘간 공식 행보에서 지하경제 양성화와 협동조합 활성화도 강조했다. 증세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물가 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국정과제와 복지지출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선 “증세보다는 정부의 지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증세에 앞서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 부총리는 “국민 행복을 위해 맞춤형 고용과 복지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만 증세를 통한 정책 추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쉽사리 깨기 힘든 관행과 익숙함에서 벗어나 지출구조를 국정과제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현 부총리는 청년과 자영업자 고용 여건 개선, 장바구니 물가 안정,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가계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선 “정책조합(폴리시 믹스에선 어떤 정책이 다른 정책의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편성 규모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물가 문제와 관련해선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한 생활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체적으로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지만 생활물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거시적인 물가보다는 생활물가에 초점을 맞춰 유통 부문에서 체감 물가를 개선하는 방법을 제도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가 23일 첫 현장 방문지로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 한살림 생협매장을 선택한 것도 이런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현 부총리는 23일 협동조합을 발전시키기 위해 법령 개선 등을 통한 정책 기반을 마련하고 인프라 구축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이날 한살림 생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조합원 가입을 위한 필수 교육을 수료한 후 현장에서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그는 “협동조합 힘의 원천은 상호소통과 연대에 있으므로 기존 소비자생협과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신규 협동조합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보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관련해선 “추세를 보면 정부나 연구기관들이 작년 말에 예상했던 성장률보다 더 하강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하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다음주 새 정부의 경제정책운용방향을 발표 때 수정된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형 토빈세 도입은 자본 유출입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데 따른 대외적 취약성, 이른바 ‘원죄’를 지니고 있는데, 토빈세는 이런 측면에서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의 ‘거시건정성 3종 세트’가 자본 유출입을 완화하는 데 충분한 장치인지, 추가적인 대책인 필요하면 어떤 것으로 할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 부총리는 이르면 25일 차관 인선을 마무리하고 26~27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등 본격적인 경제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