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소득의 양극화, 소비 부진 불러와"
2013-03-24 12:15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가계 소득 격차가 확대될수록 민간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의 나승호 차장과 임준혁 조사역, 정천수 인사경영국 국내파견(금융감독원) 과장은 ‘BOK 경제리뷰 -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 및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상당폭 하회했다.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전기대비 GDP 성장률은 4.7%, 민간소비 증가율은 4.1%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GDP 성장률은 6.3%, 민간소비 증가율이 4.4%까지 떨어졌으며 지난 2011년에는 각각 0.3%와 -0.4%로 소비가 급격히 감소했다. 유럽 지역 재정위기 등 대외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가계 소득분위별로는 고소득층(8~10분위)과 저소득층(1~3분위), 연령별로는 청장년층과 고령층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하위 10%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전년동기대비 소비지출 증가율은 2010년 7.5%와 5.2%였지만, 2011년에 각각 6.0%와 2.6% 떨어졌다.
이처럼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요인으로 보고서는 우선 ‘소득분배구조의 악화’를 꼽았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층은 저소득층에 비해 한계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아, 고소득층으로 소득이 집중될수록 경제 전체의 소비규모는 감소한다.
고·저소득층(10/1 분위배율), 중·저소득층(5/1 분위배율) 간 소득분배를 보여주는 분위배율은 2000년대 들어 2010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보고서는 “고·중소득층간 분위배율(10/5 분위배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어, 2000년대 이후 소득분배구조 악화는 주로 저소득층의 소득기반이 취약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위배율과 소비성향을 실증분석한 결과 소득격차가 확대될수록 국민경제의 평균소비성향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저소득층 가구의 40% 이상이 적자가구가 되었으며 최근까지도 가계의 건전성은 악화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은 원리금 상환 등 빚을 먼저 갚으려고 하기 때문이 소비는 지속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소비 증가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보고서는 가계소득의 제한적 증가와 부채누증을 꼽았다.
가계소득의 증가세가 제한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무역손실 확대 △자영업자의 영업기반 위축 △순이자소득 감소 △연금 등 사회부담금 증가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대외거래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위축되면 국내경제가 해외충격에 취약해지면서 거시경제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또 가계저축률 하락으로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이 늘어나는 경우 이자상환부담의 증가에 따른 소비, 소득감소가 다시 부채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해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민간소비의 부진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보고서는 △수출과 내수 간 균형발전 제고 △소득분배 개선 △소비성 대출의 과도한 증가 억제 △건전성 감독조치 강화 △저소득층에 대한 서민금융 지원 강화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