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경영체제, 제2공사 설립 추진으로 전환 국면(종합)
2013-03-20 18:06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수서발 고속철도(KTX) 경쟁체제 도입이 제2철도공사 설립으로 국면 전환을 맞았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KTX 민간 경쟁체제 도입이 민영화 논란에 부딪히면서 공기업간 경쟁체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20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중 제2철도공사법을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하고 본격적으로 공사 설립 준비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동안 제2공사 설립을 대안으로 꾸준하게 주장한 조현룡 국토해양위원 등의 협조를 받아 올해 상반기 중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제2공사 설립이 민간 참여에 따른 효율성은 다소 반감할 수 있지만 코레일의 독점 폐해를 줄이고 대기업 특혜 논란, 철도 공공성 훼손 등의 우려를 없앨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토부는 코레일의 철도운영 독점에서 비롯되는 비효율성·경영 부실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 노선에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제2공사 설립 방안은 지난 6일 서승환 신임 국토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서 장관이 "현재 코레일 독점방식도, 민간에 주는 것도 다 문제가 있다. 제3의 대안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로운 공사 설립은 정부 조직 개편 및 출자 등과 관련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내용으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현 상황에서 우선 유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도 제2공사 설립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 조현룡 의원(새누리당)은 "제2공사 설립이 KTX 경쟁 체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위 주승용 위원장(민주통합당)도 "경쟁은 필요하지만 공익을 우선하는 공기업과 수익을 우선하는 민간 기업이 경쟁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제2공사 설립에 찬성하는 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2공사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이 35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설립 초기 정부가 전액 출자하는 방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코레일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해온 철도자산처리계획 변경을 위한 작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코레일이 철도기지창 부지 자산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다 자본잠식을 우려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철도 시설자산과 운영자산을 분리하겠다는 구상 속에서 철도 운영 주체인 코레일이 보유한 역사나 차량기지 등 시설자산을 국유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KTX 경쟁체제 추진 방향이 바뀌면서 당초 2015년 2월 예정이던 수서발 KTX 개통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서발 KTX를 운영할 제2공사가 철도 차량을 들여오고 노선을 운영할 준비를 마치는 데 적어도 2년 이상 걸려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서발 KTX 개통 시기를 2015년 10월께으로 잡고 있다"며 "지난해 서울시와 수서역의 그린벨트 관리계획 협의 지연으로 6개월간 사업이 지연된데다 KTX 경쟁체제 도입도 늦춰진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