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안정적인 국부자산 관리, 효율적인 해외투자로

2013-04-25 16:10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
요즘 ‘국부전쟁’이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국부란 주로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이나 국부펀드는 물론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자산을 지칭하나 민간이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까지도 광의의 국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국부자산 규모는 그간 괄목하게 성장했다. 외환위기 직후 고갈되었던 외환보유액은 최근 3200억달러를 넘어서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규모다. 외환보유액 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출범한 한국투자공사도 우리나라 국부펀드로서 운영자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2월 그 규모가 400조원을 넘어서면서 세계 3대 연금으로 자리매김했다. 민간부문까지 포함한 우리나라의 총금융자산 규모는 지난해 9월말 1경1663조원에 달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국부자산의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 주된 관심사다. 일찍이 중동의 산유국들은 정부가 국부펀드를 설립해 원유 수출로 축적한 국부를 관리해왔다.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는 비산유국인 신흥국들도 대규모로 늘어난 외환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국부펀드를 설립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이러한 국부펀드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국부를 쌓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거액의 국부자산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가 하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부자산의 해외투자 활성화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 기인한다.

첫째, 국내 금융시장은 우리나라 국부자산 규모를 소화하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시가총액기준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국민연금 규모가 확대될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국민연금 비중은 머지않아 10%를 넘어서게 되어 국내 금융시장의 왜곡 문제가 우려된다.

둘째,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보다 적극적인 국부자산의 해외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 하에서 국내투자에만 치중할 경우 투자자산에 대한 낮은 기대수익률로 인해 국부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도모했던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인구 고령화, 성장둔화, 부동산가격 침체 등은 20년전 일본과 닮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셋째, 국부의 해외분산투자는 경제적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온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시 대규모 외국인자금이 국내에서 일시에 빠져나갈 때 해외에 투자되어 있는 우리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규모도 적지 않았음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거주자의 해외투자 규모가 늘어날 경우 선진국의 양적완화 지속 등으로 발생하는 원화환율의 하락 압력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국부자산의 적극적인 해외투자 및 진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현재 국부자산의 해외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 한국은행 및 국민연금 등 공적기관의 유기적인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이들이 민간 금융기관의 해외투자 및 진출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더딘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해외로부터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