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지난해부터 8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엔화 약세가 채산성 악화나 수출 감소 등의 형태로 일부 업종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산업연구원(송병준 원장, KIET)은 '엔화 약세와 한국산업' 보고서를 통해, 엔저가 국내 자동차·철강·가전·섬유 등 품목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한·일간 수출 경합관계와 경쟁력, 산업 특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이들 4개 산업이 상대적으로 채산성 악화, 수출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산업이 △생산 대비 큰 수출비중 △주력 수출시장 및 경쟁 품목이 일본과 상당 부분 중복 △한·일 간 경쟁력 격차 미비 등 영향에 따른 진단이다.

특히 수출 감소가 우려되는 품목은 미국·유럽·중동 등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소형차를 비롯해, 중국과 아세안 시장에서의 판재류가 해당됐다. 미국·중국·유럽 등에서의 디지털TV와 조명기기, 중국과 베트남에서의 화섬사와 화섬직물 등도 대표적인 경쟁 품목으로 뽑혔다.

한·일 간 제품차별화 진전 등으로 정보통신기기·디스플레이·반도체·석유화학·일반기계·조선 등은 엔저의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보고서는 엔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일본기업이 채산성 및 경쟁력 개선을 통해 한국의 주력품목 분야에 재진입을 하는 등 악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엔저 기조 장기화에 대비해 국제금융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정부가 급격한 환율변동을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엔저로 인한 국내기업의 피해 방안을 시급히 모색할 것을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기업도 수출구조 고도화와 대일 수출 경쟁력 재편을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며 “자유무역협정(FTA) 활용을 통해 떨어진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는 노력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말 원·엔 환율은 지난해 6월초보다 23.5% 하락해 주요통화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원·엔 환율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축소돼, 원·엔 환율 1% 하락 대비 국내 총수출은 0.18%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수출구조 변화(석유제품, 반도체, 조선 등 환율 민감도가 낮은 산업의 수출 비중 확대), 품질경쟁력 향상, 한·일 간 제품차별화 진전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서는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