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총수도 못 피한 '돌연사'…심장·뇌가 문제 예방법은?

2013-03-14 09:21
협심증·뇌경색증 입원 원인 2위·3위 차지

2011년 기준 60대 남성 기준 질병별 입원 비중(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아주경제 권석림·강규혁 기자=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칠레 출장 중 별세했다. 원인은 심장마비였다.

그룹 총수와 같은 기업인은 과중한 업무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평소 철저한 건강관리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업인들 중 상당수가 돌연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돌연사의 원인은 대부분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 때문이다. 실제로 심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 국민, 특히 남성들의 주요 사망원인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발병비율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협심증과 뇌경색증은 2011년 기준 60대 남성의 입원 원인 중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평소 철저한 건강관리는 물론 증상 발생 시 즉각적인 대비책도 숙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문형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이상은 즉시 전문가에 의한 심폐소생술과 전기 쇼크로 심장을 살려줘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5분 이상 경과되면 설사 심장을 소생시키더라도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산소가 가지 않아 손상을 가져와 뇌사상태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예고없는 암살자, 심혈관질환

심혈관질환은 심장과 주요 동맥에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고혈압·허혈성 심장 질환·관상동맥질환·협심증·심근경색증·죽상경화증(동맥경화증)·부정맥 등의 질환이 대표적이다.

그 중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돌연사의 80~90%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1950년대 이후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가장 흔한 사망원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4만명 이상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인해 돌연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혈관질환은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3위에 올라있다.

협심증의 대부분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관상동맥 협착으로 인해 발생한다. 과도한 운동 등으로 심장근육에 필요한 산소 요구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심근허혈이 발생하고, 흉통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특히 40대 이상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의 10% 정도는 통증 없이 소화가 안되거나 구토가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당뇨병 환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전조증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 환자는 금연은 필수적이다.

심근경색증 환자의 50% 정도는 이미 협심증을 앓았던 경우다. 협심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일단 심근경색증을 의심하는 것이 안전하다. 함부로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며, 구급차를 불러 도움을 청해야 한다.

얼마나 빨리 응급실에 도착해 막힌 혈관을 효과적으로 열어주느냐가 환자의 생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흉통이 계속되는 경우는 지체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교수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혈압과 당뇨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등의 평소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고혈압 다스려야 뇌혈관질환도 잡는다

뇌혈관질환은 흔히 뇌졸중으로 불린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은 정상적인 신경학적 기능의 상실을 동반하며, 질병의 경과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하게 진행된다.

이로 인한 사망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계속적인 심각한 후유 장애를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성인의 제일 흔한 사망원인 중 하나다.

뇌혈관 질환의 발병은 나이와 시기, 장소, 민족에 구분없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또 남성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계절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겨울철과 봄철에 많고 여름철에는 적은 경향이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에서 더 많이 발생함을 볼 수 있으며, 모든 형태의 심장질환 환자에서 뇌경색의 발생 위험이 높다. 특히 심방세동과 경색성 심질환 환자에서 높은 위험율을 보인다.

실제로 고혈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 우리나라 뇌졸중 환자 중 60~70%는 고혈압이 그 원인이다.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주 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 야채 섭취 등은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만, 특히 복부 비만은 당뇨나 심장병을 초래해 간접적으로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돌연사 유형에 따른 상황별 대처법



▲ 운동을 하다가 쓰러지는 경우

능력 이상으로 심한 운동을 하여 탈수되거나 오랜 동안 심한 다이어트를 하거나 구토하면 혈액 중의 나트륨이나 칼륨 등 전해질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며 이러한 경우 심장질환이 없이도 부정맥을 유발시킬 수 있다.

마라톤 도중 사망자는 대부분 10km, 하프마라톤에서 나온다.

10km 마라톤은 평소에 건강한 사람이라면 충분한 연습이 없더라도 달릴 수 있는 거리지만 심장은 이러한 과부하에 적응돼 있지 않다.

특히 10km 이하의 단거리 마라톤을 뛰는 주자들은 마지막 라인을 통과하고 나서 힘을 극도로 소비해 멈춰버린다.

심장은 과부화돼 있는 상태로 계속 뛰고 있어 이럴때 천천히 뛰면서 몸을 심장에 적응시키는 쿨링다운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갑자기 멈춰버리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평소 심장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은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처음 2km부터 시작해 일주일에 10~20% 정도 달리는 거리를 늘려가는 것이 몸의 적응력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특히 평소 협심증, 허혈성 심장병, 고혈압 등 심장에 문제가 있거나 지병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전문의의 운동처방에 따라 달리는 것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기러기아빠의 사망

돌연사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원인은 동맥경화 병변의 파열에 의한 급성심근경색 및 이에 따른 심실세동 등의 부정맥이다.

기러기 아빠들은 보통 40~50대로 건강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나이대이다.

평소 건강한 것 같아도 각종 건강지표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급격히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다.

단순히 식사를 한끼 떼운다는 생각으로 지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편식과 영양섭취 불균형을 초래한다.

식사는 제 때 규칙적으로 하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식당이나 메뉴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식사를 거르는 것도 영양결핍을 부르는 등 건강을 쉽게 해치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지병이 있다면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에게 미리 알려주고 비상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비상연락처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메모해 놓도록 한다.

▲ 급격한 기온변화에 의한 사망

간혹 봄철이나 가을철에 등산하다 사망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는 대부분 저체온증이 원인이다.

찬물에 빠진 경우나 한랭한 공기, 눈, 얼음 등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에 일어난다.

특히 21℃ 이하의 차가운 물에 빠졌을 때에는 일반적 상태에서 보다 냉각효과가 30배나 빠르기 때문에 단시간에 위험한 정도까지 체온을 저하시킨다.

또한 움직이는 공기는 정지한 공기보다 냉각 효과가 더욱 크고, 추위와 함께 바람이 부는 경우에는 더욱 위험하다.

가정에서도 저체온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난방이 잘 되어있지 않은 집에 장기간 있을 때, 유아나 노인에게 잘 발생한다.

가정에서 저체온증이 일어난 경우에는 집안을 서서히 따뜻하게 해야 한다.

따뜻한 공기가 급격하게 유입되면 차가운 피가 심장과 뇌로 급격히 가게 되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호흡과 맥박을 확인한 후, 필요한 경우 인공호흡을 하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도움말 : 권현철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원하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 지재환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체중조절클리닉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심혈관센터 관상동맥 중재시술팀 승기배·정욱성·장기육·김범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