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I의 역주행…나홀로 '가격인상'

2013-03-04 18:09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수입 화장품 브랜드 SK-II가 홀로 제품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최근 시세이도·스틸라·랑콤 등 주요 수입브랜드가 원화 강세를 이유로 가격을 인하한 것과도 정반대의 행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G가 유통하는 일본산 화장품 SK-II는 지난 1일부터 일부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을 명분으로 주요 제품의 백화점 및 면세점의 판매가격을 평균 6%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인기품목인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150㎖는 기존 16만5000원에서 17만5000원, 임수정 광채 에센스로 유명한 '셀루미네이션 에센스' 50㎖는 22만9000원에서 24만3000원으로 각각 6% 가량 인상됐다. 특히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는 지난해에도 가격을 한차례 올린 바 있어 이번 인상분까지 반영하면 약 13%가량 인상된 셈이다.

이는 다른 수입브랜드들이 원화 강세 기조로 가격을 내리는 것과도 상반된 행보다. 실제 일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는 지난 1일부터 인기 자외선 차단제인 '아넷사' 대표제품의 가격을 5000원 인하했다.

미국산 스틸라도 한미 FTA, 한·EU FTA 체결로 인한 관세 혜택, 원화 강세 요인 등을 반영해 지난달 말부터 120여종의 제품 가격을 6.5%에서 최대 10% 인하했다. 프랑스 브랜드 부르조아 역시 아이섀도, 립글로스 등 베스트 셀러 제품을 포함해 기본 가격을 4%에서 최대 15% 인하했다.

랑콤과 디올, 에스티로더 등 주요 수입 브랜드들도 지난해부터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랑콤은 지난해 말 주력제품 12개의 백화점 판매가격을 최소 6%에서 최대 16.7% 인하했고, 에스티로더 역시 지난해 아이섀도 제품 가격을 평균 8.8% 인하했다. 디올도 같은 시기에 기획세트의 가격을 5.4%내려 판매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SK-II는 그간 반일감정, 일본 원전 등 각종 부정이슈에도 불구하고 고가 정책과 스타마케팅 등으로 주요 백화점 화장품 매출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이렇게 배짱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인상이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 1일부터 소상공인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시작되면서 일본산 화장품 브랜드인 SK-II역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SK-II는 지난 1991년 글로벌기업 P&G가 이 브랜드를 생산하는 일본 화장품 업체 맥스팩터를 인수하면서 미국산 브랜드가 됐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생산·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일본 화장품으로 더 유명하다.

3년째 SK-II를 이용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P&G에서 인수했다고 하지만 SK-II는 사실상 일본브랜드"라며 "환율상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인상시기를 3·1절로 잡은 것은 한국 고객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