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기업 경영진 보수 규제… 재계 "경쟁력 약화" 반발

2013-03-04 14:12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스위스 기업 경영진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한 주민 발의안이 국민투표에서 찬성으로 가결됐다.

3일(현지시간) 실시된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70%에 가까운 찬성률로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하는 주민 발의안이 통과됐다. 스위스 전역 출구조사와 개표결과를 종합한 예상 찬성률이 68%에 달했다.

이로써 스위스 기업 임원들은 거액의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됐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또한 기업 인수·합병이나 임원이 퇴직할 때 지급돼 온 특별 상여금도 없애도록 했다.

이번 주민 발의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스위스 의회는 주주에게 회사 경영진의 모든 보수를 규제할 수있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30만여개 스위스 기업 가운데 증권시장에 상장된 282개 기업에 적용되는 법률로 어길 경우 징역 3년의 실형이나 최대 6년치 연봉에 맞먹는 벌금형을 받게 된다.

유럽 CEO의 금여 순위 10위 안에 스위스의 CEO가 절반을 차지한다. 스위스 기업 경영진의 급여는 2011년에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금융기업을 제외 전반적으로 5% 상승했다. 때문에 스위스 재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런 방식으로 임원의 임금이 제한되면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규제안이 통과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기업의 최고경영자 출신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치약 및 화장실용품 제조업체 트라이볼의 CEO 출신인 무소속 국회의원 토마스 민더가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청원운동을 시작해 국민투표 요건인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지난 2001년 스위스에어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계약을 취소당했으나 스위스에어 경영진이 상당한 보수를 받는 것을 알고 분노했다. 그는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서명운동을 통해 국민투표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