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보드게임은 대한민국에서 게임이 아니다?

2013-02-28 00:05
오준원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장

오준원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장


보드게임은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종이·나무·타일 등으로 일정한 룰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모든 놀이를 총칭한다.

윷놀이나 블루마블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국내에 보드게임이 보급된 지 10년을 넘어서며 없어서는 안 될 놀이·가족·교육문화가 되고 있다.

디지털문화의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인간 본연의 성품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잃지 않으려는 힐링문화가 역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착한 보드게임이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보드게임이 아직 법적으로 게임이 아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학원·가정, 그리고 청소년·노인복지관 등에서 건전하고 효과적인 놀이문화로 활용되고 있는데도 아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드게임의 사회적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단법인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에서는 2007년 게임산업법에서 보드게임이 게임으로 정의되도록 법 조항 수정을 추진했으나, 아케이드 게임 관련 내용 등 첨예한 수정안들에 묻힌 채로 처리되지 않고 안타깝게 잊혀졌다.

보드게임협회에서 보드게임을 굳이 게임산업법 안의 게임 분류에 넣으려는 것은 다른 플랫폼의 게임들처럼 법적 제도 하에서 정부 지원 등을 바라는 이유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와 사회적 차원에서의 인식 제고를 위해서다.

보드게임은 산업적 규모로 따지면 온라인게임에 비해 10%도 채 안 되지만 산업적 규모로 우선 보호 대상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보드게임과 디지털게임은 연극과 영화 간의 관계로 빗대어 비유할 수 있고, 보드게임에는 산업적 규모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가치와 공존의 법칙이 존재한다.

아이디어를 담아내기 쉽고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기에 거대한 아이디어 창고가 될 수 있다.

보드게임이 일찌감치 발전한 독일을 비롯해 북미·유럽에서는 보드게임이 게임산업의 큰 축을 차지하며 디지털게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보드게임은 다른 플랫폼의 게임들과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하는 게임이기에 아이들의 사회성·이해력·집중력·인내심 등을 키워준다.

둘째, 가족간의 대화를 이끌어주며 두뇌운동을 통한 각종 노인질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 학교에서는 학생들간의 불협화음에 대한 예방주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처럼 보드게임은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해주는 효과가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불법 보드게임방 사기사건을 접했다.

보드게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불법 보드게임방 문제가 기사화되고, 인터넷에는 사행성 웹보드게임들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들 불법업체들이 '보드게임방'·'보드게임 카페'로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해도 규제할 법이 없고, 단속에 걸리기라도 하면 불법 보드게임방이라는 기사가 포털사이트 메인에 오르게 된다.

보드게임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일반인들은 매스컴을 통해 보드게임을 불법적인 것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유명 게임 사이트들이 고스톱·포커·섰다 등의 사행성 온라인게임을 웹보드게임이라고 총칭하는 것은 보드게임을 사행성 게임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보드게임이 아닌 장르들로 인해 보드게임이 불법적이고 사행성이 있는 나쁜 게임 콘텐츠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것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게임은 그 플랫폼이 어떻든 간에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좋은 여가문화가 될 수 있다.

몸에 좋아도 한 가지만 계속 먹게 되면 탈이 나듯 정부의 정책도 특정 플랫폼에 편중되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게임문화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과 사회공헌도가 높다는 것을 알려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선 보드게임이 하루 빨리 게임산업법 내의 게임으로 편입되고 육성·지원정책들이 신설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