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정상 출범 휘청

2013-02-26 18:53

아주경제 주진 기자=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틀째를 맞았지만 여야간 정부조직법 협상의 난항으로 정상적인 출발을 못한 채 공회전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개편ㆍ신설되는 부처의 장관 인사청문회도 줄줄이 연기돼 국정운영 파행이 다음달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5면>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화요일 오전마다 진행돼온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못했다. 다행히 이날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정식 임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17개 각 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다음주 열릴 국무회의는 이명박 내각 장관들이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신설 직위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해 박 대통령이 인선안을 결재하지 못함에 따라 김장수 내정자가 제대로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들 역시 인사청문회 지연으로 부처 장ㆍ차관이 올해 배정된 예산을 결재하지 못하면서 서민경제 챙기기 등 새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경제살리기가 차질을 빚고 있다.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나 해양수산부의 경우 장관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향해 거듭 양보를 촉구하고 있고, 민주당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박 대통령의 결단만이 원샷으로 해결할 것"이라며 버티고 있어 정부조직법 처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협상이 교착상황에 빠지면서 여야 정치권에 대한 비판여론도 커지고 있다.

정치평론가 등 전문가들은 정치력이 실종된 채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여야 정치권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정치권 협상은 국민들에게 그들만의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면서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해 야당은 정부조직법과 청문회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새누리당이 어느 정도 수정안을 내놓았으니 민주당이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용화 시사평론가는 "정부조직법 협상에 대해 여당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눈치만 보면서 재량권이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야당은 방통위가 미래부로 가서는 안 되는 이유를 국민들에게 설득력있게 알리지 못하면서 새 정부 '발목잡기' 식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여야 정치력이 실종된 상황에서 결국엔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