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구정 설계> (5) 김우영 은평구청장 "구민들 행복하게 어울려사는 공동체 만들 것"
2013-02-24 20:53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서울시내의 뉴타운·재개발 정비구역은 200곳을 육박한다. 앞서 사업이 완료된 지역 가운데 상당수가 주인을 찾지 못해 빈 집들이 넘쳐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거나, 그렇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은평뉴타운의 미분양 아파트가 모두 해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야말로 낭보다. 많은 뉴타운들이 난관에 봉착했지만 이에 반해 은평구는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은평뉴타운이 성공 케이스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건물에서 찾을 게 아니라, 그 안의 입주민들 삶의 질이 얼마나 좋아졌느냐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둥지를 튼 구민들이 서로 행복하게 어울려사는 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김우영(44) 은평구청장은 은평뉴타운과 타 자치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택지개발이라는 점을 들며 이같이 밝혔다. 바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해제된 땅에 대단위 주거단지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오래된 낡은 주택을 허물고 주민의 동의를 얻는 등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가 사실상 없었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새로 지었다고 해서 다 같은 개발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평구는 올해 '두꺼비하우징' 프로젝트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낸다. 일종의 주민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참여하는 도시재생사업이다. 기존의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 등의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정주권을 확보해 마을공동체를 회복한다는 게 목적이다. 집수리 단가를 대폭 낮추는 한편 침체된 건설경기에 작게나마 활력소로 작용한다. 은평뉴타운에 이은 주거복지 정책의 연장선인 셈이다.
2011년에 시범단지로 선정된 신사동 237번지 일대 산새마을에서는 각종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매주 운영회의를 열어 현안을 논의하고 마을지킴이를 구성해 늦은 밤 순찰활동에 나선다. 또 마을텃밭을 일궈서 기른 작물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산새마을에서 이 사업으로 400여가구의 집이 새롭게 탈바꿈됐다. 오는 5월이면 경관조성과 폐쇄회로(CC)TV 설치까지 모두 마친다.
김 청장은 "지방정부가 자치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보편적 복지는 중앙정부가 100% 부담해야 한다"며 "중앙과 지방간 유기적인 협력체제가 구축된다면 지역사회의 발전 및 상생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따라 국비와 시비 보조사업에서 구비 부담률을 줄이는 법령과 조례 개정을 건의하고 자치구 협의없는 부담률 인상은 거부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은평구는 참여예산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행정의 투명성과 주민소통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 제도는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주민들이 의견을 내고 반영하는 것이다. 주민참여준비위원회 구성해 2010년 12월 서울시 최초로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2011년 8월에는 후속으로 '주민참여위원회 운영조례'를 만들어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작년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예산효율화 평가'에서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았다.
"푸르른 북한산의 넉넉한 품속에서 50만명 구민들이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살아가는 마을입니다. 지리적으론 서쪽 한편에 치우쳤지만 인천공항을 드나드는 길목에서 서울과 경기 서북부를 잇는 교통의 요지이자 남북교류 관문으로 역할합니다."
김 청장은 북한산을 최대 명소로 꼽았다. 여러 자치구에 걸쳐 위치했지만 연간 등산객이 900만명에 이른다.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경제적 가치를 약 10조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봄과 가을에 북한산을 배경으로 연 '아웃도어 축제',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사했다는 평이 나왔다.
진광동 뉴타운 내에는 한옥마을이 곧 들어선다. 최대 158세대의 단독주택이 모인 친환경 명품주거지인데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관광지로 육성된다. 이를 위해 한옥콘텐츠를 전시하는 공립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은평한옥체험관, 진관사 템플스테이 등도 인근에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제2의 한류 바람을 몰고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특화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청장은 집무실에는 색다른 상황판이 놓였다. 취임 직후 구민들에게 약속한 30개의 과제가 담긴 '일자리추진 상황판'이다. 스스로에게 가하는 채찍질인 동시에 본인이 내뱉은 말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이기도 하다. 얼마 전 '구민약속 핵심사업 추진 상황판'을 하나 더 놨다.
김 청장은 "구민의 눈높이에서 사소한 목소리도 경청하는 자세로 업무를 수행하겠다"며 "민간부문과 협력해 틈새 취약계층의 복지사업을 발굴하고 사회 안정망 구축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강릉고교와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다. 국회의원을 도와 정책 및 입법개발에 참여했고 2002년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맡았다. 2010년 '은평에 살고 싶은 101가지 이유'를 저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