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에 한국도 동참하나
2013-02-24 13:36
박 대통령 환율 선제적 대응 움직임<br/>정부, 엔화 이슈 주목…거시 3종 세트 잰걸음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양적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환율전쟁에 뛰어들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5~16일 러시아에서 막을 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유럽과 신흥국 등 일부 국가에서 환율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는 등 환율전쟁은 이미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에서도 일본 엔저현상이 한국 수출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자 선제적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환율전쟁 동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0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환율 문제를 거론하며 새 정부 출범 직후 엔저현상 등에 대한 글로벌 환율전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환율 문제를 서두로 꺼낼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일본 엔저 현상에 대해 우리 기업이 손해 보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효과 있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환율 안정이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 지도자가 가격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 정도라면 환율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박 당선인의 환율 발언 직후인 21일 외환시장은 외국인이 2800억원 넘게 순매수했고 원달러 환율은 7.7원이 올랐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계속되는 일본 엔저 공세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거론된 금리인하, 토빈세(외환거래세) 도입, 금융거래세 도입 가시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또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강화도 우선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도 박 대통령과 새 정부 환율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토빈세 도입 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한국형 토빈세를 거론할 정도로 환율 대응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엔저 현상은 G20 회의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전 환율 이슈가 위안화였다면 이제는 엔화로 전환되는 시기인 셈”이라고 글로벌 환율 트렌드를 진단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조세연구원장 재임 시절 토빈세 도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점도 새 정부 출범 후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조 수석은 조세연구원장 당시 평시에는 낮은 세율, 위기 시에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2단계 토빈세’ 도입을 제기한 바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글로벌 환율전쟁 선재대응에 나선 박 당선인과 정부를 지원사격 하고 나섰다. 김 총재는 22일 금융협의회에서 이례적으로 환율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며 외환시장 개입 의사를 내비쳤다.
김 총재는 “국내는 환율과 같은 가격변수가 항상 다른 나라에 비해 과잉반응 하는 경향이 있어 균형점을 찾아야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대외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무엇이 변동폭을 낮추면서 균형점에 적절하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인가가 관건이다. 우리 환경을 규정하는 하나의 정책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환율 뿐만 아니라 금융 전반에 걸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박 대통령과 새 정부에서 환율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관련 정책 도입 시기가 앞당겨 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