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경제 성장과 국토 안전을 위협하는 기반시설

2013-02-18 16:49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도로와 항만, 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은 개인이나 기업의 자산이 아닌 국가 자산이다. 개인 자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칫하면 국가나 사회가 이를 방치할 수도 있다. 국가 자산이기에 기반시설로 분류된다.

국가 기반시설을 신규로 공급하는 것은 국민 편익 향상의 목적도 있지만 국민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배후기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공급된 시설은 편익은 물론 개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배후 역할을 한다.

국가 기반시설의 배후 역할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약화될 경우 부작용은 금세 드러나게 돼 있다. 선진국일수록 국가 기반시설의 보유량이 많고 건강한 이유가 있다.

최근 국가 기반시설을 홀대한 결과에 대한 반성론과 함께 경제 성장 여력과 건강성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쇠망론의 저자인 토마스 프리드먼은 미국의 경쟁력 저하 원인을 교통시설이나 에너지시설 등 국가 기반시설 홀대로 지목하고 있다. 금융 위기로 촉발된 미국 경제 침체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망한 것이다.

미국의 국토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토 안전의 최대 적은 외부 테러리스트가 아닌 바로 노후화된 국가 기반시설이라고 주장했다.

도로나 철도 등 교통기반시설은 신규 건설에만 관심을 두었지 건강 관리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국토 안전은 물론 국민들의 재산과 생명까지 위협을 가할 정도로 심각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미국토목학회(ASCE)는 노후화된 교통시설의 건강성을 복원하는 데 향후 5년 간 최소 연 4000억 달러가 투입돼야 한다는 평가보고서를 국민과 정부에 제시했다.

시설 노후화로 인한 국토 안전 문제는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승리한 자민당은 노후화된 시설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최소 연간 20조엔을 10년간 투입해야 한다는 공약까지 내놓았다.

침체된 세계경제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기업과 개인들이 보유한 현금을 사회간접시설 건설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적 컨설팅기관의 글로벌책임자가 1년 전 다보스포럼에서 주장했다. 당면해 있는 세계경제 상황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20세기 말 미국 발 IT 혁명에 준 할 만큼 큰 혁명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리차드 프리드먼교수는 그의 저서 제3차 세계 리셋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확실한 주제는 부족한 국가 기반시설에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강 건너 불로 볼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건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으로 기반시설을 방치할 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육상교통 보유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 1970년대에 집중 건설된 주요 육상 교통시설도 이제 40년으로 접어들 만큼 노후화 정도가 심각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대선 공약 지키기 명목으로 건설 예산을 삭감하려는 움직임도 예고되고 있다. 예산 전용에 따른 후유증은 반드시 따른다.

부족한 재정을 메꾸는 가장 쉬운 처방은 현재가 아닌 10년 후 국가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게 확실하다. 국가 기반시설의 기능과 역할 재인식이 필요하다. 감성이 아닌 이성, 주장보다 논리, 목청보다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은 현재보다 강한 한국의 미래를 희망하고 있음이 확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