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증권가 고졸채용이 새 꿈이 되려면

2013-02-11 14:33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날씬한 몸매에 뽀송뽀송한 피부,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지닌 아가씨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소라(20)인데요." 시간에 쫒기고 돈에 찌든 다른 직장인에게서 볼 수 없는 풋풋함이 있다. 고졸 공채에 합격해 반년 남짓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를 얼마 전 서울 여의도 한 찻집에서 만났다.

꽃다운 20대 초반, 나는 저 나이 때 뭐했지. 머리를 스치는 게 허송세월했던 것뿐이다. 대학 새내기랍시고 선배를 꾀어 술을 먹거나 강의를 땡땡이치고 놀러다니기 바빴다. 졸업이 닥쳐서도 구멍 난 학점을 메우기 위해 계절학기까지 들었다. 이씨처럼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직장에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필요한 자격증도 따고 돈도 벌고 야간 대학도 다니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씨처럼 고졸 출신으로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직장인에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대학을 포기하고 택한 또 다른 길 앞에는 보이지 않지만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엄연히 가로막고 있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우수한 성적으로 고교를 졸업한 뒤 금융권에 들어가도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임원 비서와 같은 특정부서에만 배치받기 일쑤다. 한 증권사는 최근 구조조정 대상으로 1년 전 고졸 공채로 뽑았던 정규직 여직원을 지목하기까지 했다.

정부가 나서 고졸채용 확대정책을 펴면서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도 고졸직원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일 뿐이다. 질적인 면에서는 수십 년 전에 비해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 물론 기업이 고졸채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은 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다. 고졸직원도 제 능력을 맘껏 발휘하며 성장할 수 있는 토양까지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