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고향이 아닌 리조트를 찾는 이유"

2013-02-10 09:31
-잦은 명절 다툼…집안 싸움으로 번져<br/>-명절 스트레스, 리조트·펜션서 해결하는 가족 단위 늘어나

설을 맞아 오크밸리 리조트를 찾은 일가족들이 명절 행사에 참석해 이벤트를 즐기고 있다.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59)씨는 설 명절이 다가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 경제가 바닥을 치고 물가는 오르고 있지만 한 해 다가오는 명절 비용을 혼자서 감당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동안 제수 음식 장만부터 요리까지 모든 걸 큰 형인 김씨 부부가 도맡아왔다. 형제들은 명절 전날 늦은 시간 도착하거나 당일에 오는 관계로 음식 준비 마련 또한 일손 부족 등 불편 불만은 집안 간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매년 집안끼리 얼굴만 붉히는 일이 잦자 지난해 명절부터는 리조트에서 모여 명절을 지내기로 방식을 바꿨다. 김 씨는 “조상을 모시는 일이라곤 하지만 큰집이라는 이유로 제사 등 각종 명절 비용을 혼자서 부담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형제들도 사정이 있어 명절 당일 오는 관계로 명절 준비에 일손도 모자라 각자 조금씩 준비한 음식으로 리조트에서 늘 모인다. 다투는 일도 줄어들고 스트레스 지수도 낮아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국내 경제 성장의 둔화로 이어지면서 명절을 지내는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하우스푸어·가계부채 등의 영향은 설 등 기존 명절 관례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서울지역 성인남녀 3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 설 명절 비용’ 설문에 따르면 1인당 설 명절 지출 비용은 평균 93만3531원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선물비용과 상차림·설음식 준비 비용이 늘어난 요인 탓이다. 일부 품목이 물가 상승에 기인하면서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지만 정작 설 상차림 비용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게 소비자들의 체감이다.

현재 유통가는 ‘설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꽁꽁 얼어붙은 것도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정성을 쏟아야할 명절 음식 등의 마련을 줄일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늦어지는 결혼 적령기와 저출산 등 현대인에겐 보편화된 사회문제가 핵가족 단위의 파편을 더욱 분열시키고 있어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축소된 명절 분위기는 자명하다.

하지만 산업화 사회를 경험한 부부 중심의 고령화 세대가 여전히 명절 예의를 중시여기고 있어 복잡한 차례문화가 쉽게 변화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흔히 말하는 고향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존 명절 관례가 바뀌고 있음은 분명하다. 즉, 수도권 밀집의 주거 선호로 인해 할아버지·할머니 등 집안어른이 돌아가시면 고향도 덩달아 없어진다는 걸 의미다.

설 연휴 기간 가까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요즘 세태를 말해준다. 특히 집안 형제 간 명절 비용의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각자 준비한 설음식을 들고 리조트나 펜션에서 모여 설 차례를 지내는 등 가족단위 귀성 행렬은 고향이 아닌 레저 타운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솔 오크밸리 리조트 고위 관계자는 “설 등 명절에는 가족단위 예약률이 100%”라며 “간혹 차례상 대행을 문의하는 전화 문의도 최근 들어 쇄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