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돌입한 SK, 문덕규·유정준 중용…최태원 회장 친정체제 구축

2013-02-06 16:59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문덕규 SK E&S 사장이 SK네트웍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또 유정준 SK그룹 G&G(Global&Growth) 추진단 사장은 문 사장의 후임으로 내정됐다.

이들은 10여년 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와 소버린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맞서 SK그룹을 지켜낸 공신으로 꼽힌다. 재계는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만큼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경영 정상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SK네트웍스는 6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신임 사장으로 문덕규 SK E&S 대표를 선임했다. 문 사장은 SK네트웍스 국제금융팀장, 미주본부 최고재무책임자(CFO), 재무지원실장 등을 역임한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SK네트웍스의 새 수장이 된 문 사장은 내부 소통 강화를 통해 조직의 사기를 높이는 한편 수익성 개선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SK E&S의 새 대표로는 유정준 SK그룹 G&G 추진단 사장이 선임됐다. 유 사장은 SK E&S가 중국 내 메이저 도시가스 회사로 성장한 여세를 몰아 글로벌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문 사장과 유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중용된 것은 최태원 회장 부재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침체된 그룹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는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문 사장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당시 재무지원실장으로 재직하며 분식회계의 책임을 지고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선고를 받았다. 최 회장과 함께 구속되면서 동고동락을 겪었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유 사장은 소버린이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을 때 소버린과의 협상을 맡아 그룹을 지켜내는 공을 세웠다.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주)SK는 조대식 재무팀장을 사장으로 승진 보임했다. 미래성장을 위한 M&A와 펀딩 등 그룹 차원의 신규 투자를 강화하고 기존 포트폴리오의 지속적인 가치 증대를 이끄는데 재무와 포트폴리오 관리 경험이 풍부한 조 사장이 적임이라는 판단에서다.

SK텔레콤은 하성민 사장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그룹이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만큼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안정적 경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하 사장이 자리를 유지하면서 후임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서진우 SK플래닛 사장도 자연스럽게 유임됐다.

박인식 SK브로드밴드 사장은 배준동 SK텔레콤 사업총괄 사장이 SK네트웍스 사업총괄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임으로 선임됐다. 박 사장의 후임으로는 SK텔레콤 경영지원실장인 안승윤 전무가 선임됐다.

SK하이닉스는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권오철 사장의 임기가 2월 말까지였지만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최 회장이 구속되면서 권 사장이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SK해운 황규호 사장은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으로, SK M&C 문종훈 사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통합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울러 강선희 SK이노베이션 지속경영본부장이 부사장급으로 승진하고 배선경 워커힐아카데미원장이 워커힐 운영총괄 사장(전무급)으로 승진하는 등 여성 임원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정기 임원인사는 새로운 경영체제를 구축하면서도 내실을 기하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라며 “각 계열사의 장점이 시너지를 발휘해 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