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외식업계 "기업을 사지로 몰아 넣는 졸속 행정"
2013-02-05 16:45
아주경제 전운 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제빵·외식업종 등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선정하자 해당 기업들이 '졸속 행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사실상 국내 사업 확장을 중단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반위의 이번 결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업체들은 CJ와 SPC다.
CJ그룹 계열사인 CJ푸드빌은 제빵과 외식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타격이 크다. CJ푸드빌의 주력 사업인 뚜레쥬르와 빕스에 차질이 생기면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조원 매출 가운데 뚜레쥬르와 빕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80%를 넘는 상황이다.
제빵업계 2위인 뚜레쥬르는 현재 128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규정대로라면 앞으로 1년간 신규 개점할 수 있는 점포는 26개로 제한된다. 3000여개의 매장을 거느린 제빵업계 1위 파리바게뜨를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빕스는 외국계 기업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빕스가 84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106개 매장을 운영하며 각각 연 3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이번 권고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독주를 넋놓고 바라봐야만 하는 입장이다. 동반위 권고로 시장을 고스란히 내줄 위기에 처한 셈이다.
CJ푸드빌은 해외사업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수 기반이 안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사업 활성화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제빵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SPC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파리바게뜨 매장은 현재 3095개다.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가 미국에 로얄티를 제공하는 것을 감안하면 자체 브랜드인 파리바게뜨에 대한 의존율은 더욱 높아진다.
주력 사업인 파리바게뜨는 이미 과포화상태여서 500m 거리제한을 준수하며, 2% 수준인 연간 60개가량의 신규 출점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로 인해 SPC그룹은 가맹비, 제빵기기 판매 등 신규점 오픈에서 얻었던 수익도 끊기게 된다.
직격탄은 아니더라도 동반위의 이번 규제로 불똥이 튄 기업들도 있다.
카페베네는 최근 제빵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마인츠돔'을 인수키로 했다. 포화상태인 커피전문점 사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공격적인 제빵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지난해 시작했던 드러그스토어 '디셈버투애니포' 사업도 접었다.
하지만 대기업 제빵사업이 골목상권 침해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면서 인수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현재 상황에서 제빵사업을 시작한다면 점포 확장도 쉽지 않고,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카페베네 측은 아직 계약을 완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위의 이번 결정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새 정부 정책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졸속행정"이라고 비난했다.
CJ푸드빌 역시 별도 자료를 통해 "이번 결정은 기존 공정위 거리 제한에 이은 이중규제로 확장 자제가 아닌 사업 축소 우려가 있다"며 "베이커리 업종 전체에 대한 거리 제한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