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2008년 본격적인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에 대해 부실 신용평가를 한 책임을 물어, 미국 법무부가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제소할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법무부는 S&P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잘못된 모델을 적용해 부실 모기지 채권에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검찰과 함께 이 회사를 제소할 방침인 법무부는 지난 2007년 상반기에 S&P가 신용등급을 매긴 부채담보부증권(CDO) 30개를 근거로 빠르면 이번 주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로이터 통신은 덧붙였다.

S&P는 법무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다른 회사보다 앞서 모기지 채권의 담보가 더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는 등 최선을 다했으며, 다른 회사들도 당시 비슷한 평가를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법무부는 모기지 채권 부실 평가 책임을 물어 피치와 무디스 등 다른 회사에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하고 다른 대형 금융회사들에 했던 것처럼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끝을 낼지, 아니면 책임자를 형사처분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약 1년 반 전 미국이 정부부채 한도 증액을 놓고 정치권이 벼랑 끝 협상을 벌일 때 S&P가 처음으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자 S&P 등 3대 신용평가사들은 주택시장이 붕괴하기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대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금융위기 원인 등을 조사했던 미국 의회 산하 기관인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는 2년 전 주요 신용평가사가 금융 붕괴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S&P는 자신들의 신용 평가가 수정 헌법 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이 수정 헌법 1조를 근거로 신용평가사에 대한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전례가 있어 소송이 제기되면 신용 평가사의 평가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