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 제정을 위해
2013-02-05 17:36
안선회 중부대학교 원격대학원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
새 정부의 출범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중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 제정이 특히 기대되는 공약이다.
공교육 강화 또는 정상화는 얼핏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공교육 정상화의 개념이 모두가 공감하며 인정하는 내용으로 정리ㆍ합의돼 있는 것도 아니다.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 모두 중요한 과제이지만 우리 교육의 최종 목적도 아니다.
우리 교육의 궁극적인 비전은 '교육과 학습을 통해 모두의 꿈과 행복이 이뤄지는' 교육행복국가, 학습 강국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 달성을 위해 어떤 정책 목표와 정책 수단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강화를 함께 달성한다고 하면서 사교육비를 오히려 증가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공교육 강화'는 학교에서 형성되는 평가자료를 고입과 대입의 입학전형 자료로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교육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참여정부는 입학전형에서 학생부 내신 비중을 대폭 확대했고, 이명박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며 학생부 교과 내신에다가 비교과 스펙까지 반영했다. 영어 공교육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참여정부 때는 내신 사교육비를, 이명박 정부 때는 영어 사교육비, 비교과 스펙 사교육비, 컨설팅 비용을 증가시켰다. 사교육비 통계조사에는 개인 과외비, 비교과 스펙 사교육비, 컨설팅 사교육 비용이 제대로 조사되지 못한 것뿐이다. 김선애의 박사학위 논문에 의하면, 특목고 교사들이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입시제도는 참여정부의 '전과목 내신 반영' 제도였는데, 학부모들은 그 제도가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학교교육은 '정상화'되겠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교육비와 과중한 학습부담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의 선순환은 결코 쉽지 않다. 교과ㆍ비교과 내신 비중의 지나친 확대로는 '공교육 강화'가 아닌 '공교육 강요'와 '사교육 증가'만이 남을 뿐이다. 교과ㆍ비교과 내신 경쟁이 확대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사교육 수요가 증가하는 '공교육 강화론의 역설' 때문이다.
교육은 학습으로 완성된다. 교육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학습을 통한 개개인의 자아 실현을 도와주는 데 진정한 목적이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교육개혁 비전인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 '교육과 학습을 통해 모두의 꿈과 행복이 이뤄지는' 교육행복국가, 학습 강국 실현을 위한 공교육정상화특별법 제정 방향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의 교육개혁 비전 달성을 위한 정책 목표와 정책 수단의 인과관계를 총체적·현실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바른 교육개혁 철학을 바탕으로 타당한 정책수단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추구하되 사교육비 경감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교육기관보다 학생·학습자를 중심으로 공교육 정상화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학교급, 학교 유형, 학습자유형에 적합한 공교육 정상화 개념을 정립해 새롭게 적용해야 한다. 교육과 학습이 학교의 특성, 학생의 꿈과 끼, 적성과 진로에 알맞게 이뤄지고, 학교와 교사는 최선을 다해 교육하며, 학생들은 참된 학업성취와 성장을 경험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공교육 정상화'다.
셋째, '보편적인 교양교육'을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월성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여건이 개선되고 교사와 교육행정, 진로진학상담 인력이 크게 확충돼야 한다. 학생ㆍ학부모 지원을 위해 종합진단, 교육, 학습진로, 진학 컨설팅을 지원하는 'EBS차세대교육서비스'가 마련되면 학교와 학부모의 개인 맞춤형 진로 설계와 진학상담을 지원할 수 있다.
넷째, 창의성과 인성을 포함한 미래 핵심역량 중심으로 교육 내용과 수업ㆍ평가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지나친 선행학습 방지대책도 필요하다.
다섯째, 학교의 자율성, 책무성, 교육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행정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교육에 관한 일차적인 책임과 권한은 교육청이 아닌 학교에 있어야 한다. 이를 원칙으로 하고 교육청, 국가 사무를 부수적으로 명시해 학교 자율책임경영체제를 갖춰야 학교교육이 더욱 잘 살아난다.
여섯째, 실질적인 교육복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진로교육 지원, 예체능교육 확대, 학습부진아에 대한 맞춤형 교육지원, 학생의 참된 학업성취와 성장을 위한 국가와 교육기관의 책무, 교사의 학생지도력 회복방안, 방과후학교의 개선 및 단계적 무상화 방안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일곱째, 공교육 정상화를 해치는 지나친 학교 서열화, 영어ㆍ수학 중심의 복잡한 대입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고교의 올바른 다양화와 상향 평준화 방안, 대학입학제도 간소화 방안, 진로 맞춤형 대입제도 추진방안이 필요하다.
공교육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해서 너무 졸속으로 해서는 법 제정이 성공하기 어렵고, 정착과 목적 달성은 더욱 힘들다.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기 바란다. 그리고 너무 많은 개혁 내용을 이 법에 담으려고 해서도 곤란하다. 전체적인 교육법체계를 고려하여 총체적인 교육개혁, 법령 개정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