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수출기업 93% "환율피해"… 日에 밀린 가전·차 피해 심해

2013-02-05 06:00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원화강세와 엔화약세가 맞물리면서 일본기업에 가격경쟁력을 내준 가전과 자동차기업 전부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 환율피해대책반에 따르면 최근 수출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환율하락에 따른 피해현황을 긴급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2.7%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11월 같은 조사때 ‘피해가 있다’(53.1%)는 응답보다 4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원고(高)로 인한 수출중소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1100원선이 무너진 원달러 환율은 새해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올해 1월 평균 환율이 1066원으로 내려앉은 실정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원화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과 달리 엔화가치는 급락하면서 일본기업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가전’과 ‘자동차·부품’ 업종의 피해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조사에 응한 가전과 자동차기업 모두가 환율하락으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고무·플라스틱’(96.6%), ‘정보통신기기’(96.2%), ‘조선·플랜트’(92.6%), ‘기계·정밀기기’(92.3%)도 10곳중 9곳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환율하락으로 원가가 떨어지는 ‘석유·화학’(88.5%), ‘철강·금속’(86.2%)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 하락에 따른 주요 피해유형은 ‘기 수출계약 물량에 대한 환차손 발생’(67.6%)이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원화 환산 수출액 감소로 인한 채산성 악화 및 운전자금 부족’(27.7%), ‘수출단가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수출물량 감소’(21.6%), ‘환율하락으로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지면서 투자 및 고용계획 축소’(12.9%) 등의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대한상의는 “최근 엔저공세와 환율 불안이 계속되면서 중소기업의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며 “피해도 피해지만 더욱 큰 문제는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지속되는 하락기간 중에도 중소기업 대부분이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하락에 따른 대비책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10곳 중 3곳이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대책이 있다’(69.1%)는 기업도 대부분이 ‘원가절감’(58.3%)을 통해 버티는 수준이라 답했다. 이어 ‘환헤지 등의 재무적 대응’(20.8%), ‘해외마케팅 강화’(20.8%), ‘결제통화 변경’(14.6%), ‘수출시장 다변화’(14.1%) 등의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환율하락폭을 수출가격에 반영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47.3%나 됐다. ‘반영할 수 있다’(52.7%)는 기업도 ‘10% 미만’이라는 답변이 91.1%로 대다수를 차지해 환율하락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달러 환율 이외에 엔저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기업 중 41.4%가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피해유형을 묻는 질문에 ‘대일 수출계약 물량에 대한 환차손 발생’이 54.8%, ‘일본기업과의 경쟁에서 가격경쟁력 약화로 인해 수출물량 감소’가 43.5%로 집계됐다.

손영기 대한상의 환율피해대책반 팀장은 “원화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인 가운데 환율 변동폭이 작년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수출기업들은 환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는 한편,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중소수출기업 정책금융 지원 제도 등을 잘 활용하고, 원가절감에 더해 제품차별화로 비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