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총 20위권 법인세 증가액 2.5조…박근혜 복지공약 추가예산 웃돌아

2013-02-04 16:01
삼성전자 7.7조 등 전년대비 15% 증가, 기업경쟁력 강화 지원책 마련돼야

아주경제 이재호·박재홍·이혜림·송종호 기자= 올해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개 기업의 법인세 증가액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 실천을 위한 예산 증액 규모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정책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던져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포퓰리즘에 매몰돼 기업들의 팔을 비틀기보다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는 환율 하락폭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개사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토대로 집계한 법인세 비용 예상액은 20조2744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2조6435억원(15%) 증가한 수치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제시한 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올해 예산안에 추가 편성한 예산은 2조2000억원가량이다. 해당 예산은 △0~5세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사병 월급 인상 △참전 명예수당 추가인상 △중소기업 취업 희망사다리 △청장년·어르신·여성 맞춤형 일자리 창출 등에 쓰인다.

시총 상위 20개사의 법인세 증가액이 새 정부의 복지공약을 완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보다 많은 것이다. 이들 기업이 세액 감면 등을 받은 뒤 실제로 납부하는 실효 법인세율을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재계 평균인 17%의 실효 법인세율을 적용할 경우 시총 상위 20개사의 법인세 증가액은 2조427억원 수준이었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만 조성해도 재정적자를 늘리지 않고 각종 정책과제를 실천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는 "법인세율을 높여 세수가 늘어나면 복지공약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이 경기회복의 주역은 결국 기업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도 국내 기업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세금도 매년 더 내고 있다. 시총 상위 20개사 가운데 올해 법인세비용 추정치가 감소한 곳은 4개(포스코·현대중공업·SK텔레콤·LG디스플레이)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법인세비용 추정치는 7조6854억원으로 전년보다 26.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2조6851억원), 신한금융지주(9152억원), SK이노베이션(5371억원), 롯데쇼핑(4979억원), NHN(2244억원) 등 주요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모두 지난해보다 늘어난 법인세를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하락 등 기업 이익을 갉아먹는 다양한 변수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외환 및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며 "환율 변동성 확대와 이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은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