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아주중국> 차이나타운 현장르포

2013-02-01 14:41
한국 속 작은 중국 ‘인천 차이나타운’<br/>중국의 정취가 곳곳에 살아 숨쉬는 곳

차이나타운의 문'패루'. 패루는 친천시와 우호도시 관계인 중국 웨이하이(威海)시가 150톤의 돌을 이용해 11m 높이로 만들어 준 문이다.

글 기수정 기자

외국인관광객 1000만 시대가 열렸다.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지난해 111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만 무려 283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한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일명 요우커)들의 한국 사랑 덕분일까. 우리나라 각 지역을 관광하려는 요우커들이 급증하면서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인천의 차이나타운도 덩달아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이 위치한 인천 중구는 항만과 국제공항, 숙박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관광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제1호 중국인 마을 인천차이나타운은 개항기에 처음 생긴 뒤 빠르게 주민이 늘어 한때 수천여 명의 화교가 북적대며 살던 곳이다.

지난 2007년 4월 이곳은 지역특구로 지정됐으며 이후 기반시설과 관광인프라 보완, 이벤트 등 인위적 요소가 가미됐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중국풍 마을의 정취는 약간 사라진 듯해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해져 관광객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하고 면적이 그다지 넓지 않아 충분히 걸어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다. 게다가 경인전철 인천역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이곳 차이나타운은 하루 여행지로는 전혀 손색이 없는 곳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 중 한 곳으로 뽑히는 등 관광명소로의 자부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2013년 설 명절을 얼마 앞 둔 1월 어느 날 찾은 중구 선린동 일대 위치한 인천차이나타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광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었다.

인천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한 어느 소설에는 목조 이층집들이 늘어선 거리는 초라하고 지저분하다고 묘사돼 있다. 하지만 양고기 꼬치의 냄새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전통의상뿐 아니라 건물과 간판에 조명까지 온통 빨간색으로 가득한 지금의 인천차이나타운은 이제 더 이상 초라하고 지저분한 중국인 거리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 중국인 마을의 상징 ‘패루’
이곳 여행은 인천역 대합실 앞에 우뚝 서 있는 중국인 마을의 상징 ‘패루(牌樓)’로부터 시작된다.

인천역에서 내려 개찰구를 빠져 나오면 광장 맞은편에 차이나타운으로 통하는 패루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문을 통해 차이나타운에 입성하면 화려하고 웅장한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붉은색 간판과 홍등이 내걸려 중국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150톤의 돌을 이용해 11m 높이로 만든 이 패루는 인천시와 우호도시 관계인 중국 웨이하이(威海)시가 만들어 준 것이다. 이 패루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서부터는 중국인 마을 속으로 푹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유공원 입구까지 이리저리 퍼져 나가는 거리에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장식 속에 온통 중국풍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상품인 치마 한쪽이 길게 터진 치파오를 비롯해 중국인들이 명절 때 즐겨먹는 음식 월병, 양고기 꼬치와 화덕만두까지.

차이나타운 자장면 거리. 1905년 지금의 차이나타운에 중국음식점 공화춘이 생기면서 인천 자장면 골목의 역사 가 시작됐다.

여기에 ‘화교 3대’나 ‘천하일미’ 등의 문구를 내걸고 서로 가장 맛있는 집임을 자랑하는 음식점들을 지나다보면 고소한 냄에 절로 발길을 멈추게 된다.

이리저리 그냥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재미를 주지만 차이나타운 내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둘어보면 좋은 명소들이 있다. 차이나타운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중국에 온듯한 착각에 한 번 빠져 보자.

◆ 우리나라 유일 중국식 사찰 ‘의선당’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중국식 사찰인 의선당(義善堂)이 있다.

당초 중국인들의 교화기관으로 세워진 사원인 이곳은 의(義)를 지키고 착(善)하게 살자는 뜻에서 의선당으로 이름지어졌다.

당초 1893년쯤 만들어졌다가 2006년 수리를 해 다시 문을 연 이곳은 인천시 화교협회 지정문화재 제1호로, 부처, 관음보살, 관운장 등의 상이 조성돼 있다. 안팎이 워낙 허름해 못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차이나타운 방문객이라면 이곳 의선당에 꼭 한 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 삼국지벽화 거리에 짜장면 박물관까지 ‘인기’ 한 몸에
인천 차이나타운의 삼국지 벽화 거리.

삼국지 벽화거리. 135m 길이의 담에는 가로 34㎝·세로 25㎝의 타일 수천 장을 붙여 삼국지연의의 주요 장면들을 생생한 느낌으로 재현한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삼국지의 전반적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림과 함께 대표적 사건, 인물의 묘사가 흥미롭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옛 중국음식점 ‘공화춘’ 건물을 개조해 만든 ‘짜장면박물관’도 인기다. 1908년 건축된 ‘공화춘’은 처음에는 이곳을 찾는 무역상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장소였다가 중화요리의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연회장까지 구비한 음식점으로 확대됏다. 현재는 중구가 이 건물을 매입, 개조해 ‘짜장면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외에도 화교학교 옆 옛날 청국 영사관 터에 자리 잡은 인천화교협회에는 인천 화교 120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화교역사관’이 있다.

1층 200㎡의 작은 이 역사관에는 1883년 인천항 개항과 함께 이곳에 들어와 지금까지 대를 이어 살 고 있는 화교들의 여러 생활용품과 기록물 수백여 점이 보관돼 있다.

지난 2008년 문을 열었지만 그 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몰래 전시품을 가져가는 바람에 1년여 전부터는 문을 걸어 잠갔다.

◆ 작은 중국 속 작은 정원 ‘한중원’
차이나타운에 조그마한 중국형태의 공원이 있는데 바로 이곳 한중원이다. 청나라시대 중·후반기 소수지역 문인들의 정원 양식을 활용해 조성한 야외문화공간이다.

규모는 작지만 중국풍의 공원을 체험하기에는 충분하다. 한중원 안에는 중국을 상징하는 홍등이 정원 담장 곳곳에 장식돼 있다.

◆ 중국을 한눈에 보자 ‘한중문화관’
차이나타운 여행을 끝마칠 즈음에는 인천역에서 하버파크 호텔 방면으로 3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한중문화관’을 방문해보자.

여의주를 문 두 마리의 용 동상이 맞이하는 이 4층짜리 건물은 중국을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의 역사·문화·지형·기후 등을 설명해주는 자료, 중국의 전통 옷과 음식, 55개 소수민족에 대한 설명 등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3층에는 칭다오(靑島)·항저우(杭州) 등 인천시와 우호교류 관계를 맺고 있는 8개 도시의 특산품과 기증품들이 전시돼 있다.

중국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으며 날짜만 잘 맞추면 경극(京劇)과 같은 중국의 수준 높은 예술을 감상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 인천차이나타운, 새로운 모습 갖춘다
중국 물품을 파는 상점.

인천 차이나타운은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 군인과 함께 온 40여 명의 군역상인들이 정착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청국 조계지가 설치되고 청요리집과 잡화상 등 상권이 번창하면서 한때 화교가 5000여 명에 이르는 등 번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0년대 이후 정부의 화교 억제정책으로 크게 위축됐다.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던 차이나타운은 2000년대 들어 재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인천이 대중국 교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차이나타운의 역사 문화성이 재조명되면서 인천의 문화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화교 2000여 명이 거주하며 160여 개의 업소·기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각각 30여 곳에 달하는 중국 음식점과 특산품점이 주종이지만 다양한 관광인프라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인천시와 중구는 특구 지정 이후 정부와 지자체 예산, 민간자본 등을 투입해 본격적인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기반시설 확충, 중국어 마을 조성, 상권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야외문화공간·테마거리 조성 등 유·무형의 관광인프라 개발과 투자가 진행 중이다.

전체 30개 사업에 국·시비 323억원을 포함한 1929억원이 투입돼 경제파급 효과 3000억원, 고용유발 효과 2000명 등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천 차이나타운 방문객 수는 최근 3년새 60만 명 이상 늘어 낯 만큼 볼거리와 먹을거리로 관광객의 눈과 입을 사로잡고 있다.

여전히 관광명소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차이나타운이지만 중구는 이곳을 국내 최고의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구상 아래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지역특화발전특구 활성화 진흥계획’ 용역을 수립해 마무리했다.

진흥계획은 화교 생활 전시관과 경극 전용극장 조성, 접근성 향상을 위한 중국풍 에스컬레이터 조성 등 총 23개 세부사업안으로 분류돼 있다.

(주)차이나타운 설립이라는 이색 사업도 들어있다. 올해부터 2016년까지 총 1억원의 사업비를 조성해 설립하는 방안이 이번 용역에 나와있다. (주)차이나타운은 자생력 강화를 위한 마을기업으로 육성될 예정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개항장 당시 주택을 활용한 일본풍 게스트하우스(북성동 2가), 중국풍 게스트하우스(북성동3가)가 조성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차이나타운은 중구의 경제성장 동력을 이끌어가는 자원”이라며 “앞으로 세계적인 명품 관광지로 키워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의 차이나타운 진흥계획이 최종 마무리돼 인천 차이나타운이 국내 최고의 관광명소로 거듭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