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대통령 고유권한인가, 권한남용인가’
2013-01-29 18:18
아주경제 주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강행한 설 특별사면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 최측근들이 포함돼 '셀프 사면'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즉석 안건으로 상정된 사면안을 심의·의결한 후 사면 대상자인 정·재계 인사 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특별사면 대상에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전 방통위원장, 천 회장, 박 전 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대통령 사돈가인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 등이 포함됐다.
또 박 당선인의 측근인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 야권에서는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김종률·서갑원·우제항 전 의원이 특별복권됐다. 김연광 전 청와대 정무1비서관은 특별사면·복권을 받았다. 용산사태 철거민 5명도 사면돼 잔형을 면제받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놓고 '측근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특별사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실시했다"면서 "투명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민간위원이 다수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하는 등 진일보한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사면 원칙으로 △친인척 배제 △(저축은행비리, 민간인 사찰 등) 임기 중 발생한 사건 연루자 제외 △경제5단체 추천을 받은 사람 중 중견기업·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사회기여도·사회봉사 실적 등을 감안해 선정 △(용산참사 관련자) 등 사회갈등 해소를 최대 요소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됐다가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을 내세워 임기말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측근 사면' 에 대해 법과 제도로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독일은 특별사면(Begnadigung)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단 네 번만 허용했으며, 지난 1950년 이후 70년 동안 사면이 단 10건뿐일 정도로 엄격하게 운용되고 있다. 사면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시정을 위해서만 시행한다.
덴마크는 행정부 장관 출신 인사의 사면을 금지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부정부패 공직자와 선거법 위반 사범, 테러와 정치적 차별 범죄자, 15세 미만 미성년 폭행범 등은 사면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일본은 법무부에 사면 전담부서가 있어 대상자를 엄격히 심사한다. 미국은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해 실형을 선고받은 자는 석방 이후 5년, 유죄판결 시 형 확정일로부터 5년 후 사면 청원서 제출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비리사범이나 부정부패, 선거사범 등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법안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특별사면은 헌법상 대통령이 가진 권한이라고 해도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국회 동의 없이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남용의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는 특별사면 대상자를 엄격하게 제한할 수 있는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은 28일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는 사면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대통령의 친족,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특별사면과 감형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친족은 민법 제777조에 따라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로 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