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朴 정부 첫 총리…‘안정형’ 택했다

2013-01-24 19:40
법·원칙·헌법적 가치가 향후 국정 운영 근간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명한 것은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다.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기 위해 야당의 반대가 적을 인물, 도덕성을 갖춘 '통합형' 인물에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당초 첫 총리 지명을 앞두고 언론에서는 국민 대통합형인 '호남·충청 총리',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경제통 총리' 등이 거론되면서 하마평이 무성했고, 일각에선 '깜짝 인사' 가능성도 대두됐다.

이번 역시 '깜짝 인사'였다. 언론이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김 지명자의 인선은 의외였다는 반응이다. 이를 두고 '잡음이 없는 무난한 인사'를 선호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이 이번에도 이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김 지명자의 총리 인선은 법ㆍ원칙과 헌법적 가치가 향후 국정운영의 근간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소 박 당선인은 우리 사회의 각종 잘못된 관행과 병폐는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된 만큼 법과 원칙을 바로세움으로써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을 만들어내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김 지명자도 지명 직후 일성으로 "평생 법을 전공하고 법률을 다뤘다.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질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 총리 지명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총리로 직행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원장 인선 때부터 김 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새 정부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해선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위원장이 총리직까지 맡게 되면서 '책임총리제'에 힘을 실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김 지명자가 '책임총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이 김 지명자를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에 이어 인수위원장까지 지명한 것은 '두터운 신뢰'도 큰 이유였겠지만, 박 당선인과 '코드'가 잘 맞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김 지명자가 박 당선인에게 쓴소리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각을 세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수위 정부조직개편안에서 이미 '책임총리제'보다는 '책임장관'에 방점을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성장동력'을 책임질 막강한 권한을 갖는 구조에서 총리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총리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각 부 장관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총리는 행정부의 수장으로 이들을 잘 조정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야당 중진 의원도 "법치를 강화하겠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모든 국정을 박 대통령이 직영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책임총리 공약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75세 노령인 김 지명자가 선천적인 장애로 거동이 불편하고 청력이 좋지 않은 등 건강상의 문제가 '책임장관'들을 이끌어나가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번 총리 인선에서 볼 수 있듯 인수위 인사들이 새 정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으로 대거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