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명의(名醫)를 만나다> 희귀 난치성 질환의 국가·사회적 지원 절실- 최병옥 이화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

2013-01-23 17:05

최병옥 이화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국가와 사회적 지원만이 희귀성 난치질환 치료 선진국에 합류할 수 있으며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마음의 병까지 치료할 수 있습니다”

최병옥 이화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23일 “최근 희귀성 난치질환에 대한 치료 원인을 점차 알게 되면서 정부의 관심이 예전보다는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선진국에 비해 지원이 낮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만큼 희귀성 난치질환에 대한 지원과 환자를 보는 눈도 바뀔 때가 됐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희귀성 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예전엔 진단법과 치료법이 어려워 환자 스스로 밝히기를 꺼려했지만 요즘엔 치료기술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분야 명의(名醫)로 샤르코-마리-투스병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권위자다.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의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이 질환은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신경에 장애가 오면서 근육 위축으로 점차 걷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프랑스인이었던 샤르코와 마리, 영국인이었던 투스에 의해 처음 알려지면서 세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불리게 됐으며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CMT’라고도 한다.

인구 약 25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다른 희귀질환에 비해 발생빈도가 높은 편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에 이 병에 관한 저서뿐만 아니라 번역서조차 나와 있지 않았던 2011년 샤르코-마리-투스병에 대해 의료인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 및 보호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 쓴 의학 정보 안내서를 출간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오랜 기간 진료해 온 그의 의료 경험과 연구 내용을 토대로 집필된 이 책은 이 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모든 환자와 가족과 의학도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되고 있다.

최병옥 이화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


세계 최초로 발견한 새로운 희귀유전병을 ‘PNMHH’로 명명, 질병의 고유번호로 614369번을 부여 받아 국제적으로 공인받기도 했다.

PNMHH는 최 교수가 발견하기 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희귀유전병으로 선천성 말초신경병과 근육병을 가지고 태어나 보행 장애, 하지 위축 및 발의 기형이 발생하고 성장하면서 청각신경의 손상으로 인한 진행성 청각장애가 나타나는 유전 질병이다.

최 교수는 PNMHH 질병과 이 병의 원인 유전자인 MYH14를 19번 염색체에서 독자적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해 이를 인간유전학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휴먼 뮤테이션’에 발표했다.

국내 연구자가 새로운 질병 그 자체를 발견해 질병명을 부여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며 유전질병들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원인유전자를 발견하도록 하는 데 새로운 물꼬를 튼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새롭게 발견된 질병과 원인 유전자들은 생명현상의 이해 및 개별 유전자의 역할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희귀질환의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도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화의료원의 신경계 희귀질환 중개연구센터가 보건복지부가 선정하는 ‘희귀질환 중개연구센터’에 선정돼 6년간 총 38억원을 지원 받아 환자 맞춤형 진단 및 치료법 개발 연구도 진행중이다.

또한 샤르코-마리-투스병·루게릭병·루게릭-전측두엽치매 등 신경계 희귀난치성 질환자 중심형 통합관리시스템(카프리스)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카프리스는 질병관리본부, 한양대병원 노인성치매연구센터 등에서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환자관리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해 유기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목적이다.

국내외 임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학문적 기량을 다지고 국제적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틀도 다질 수 있다.

구축된 자료를 이용해 환자별 맞춤 유전 상담과 질병관리 및 각 질환군에서 시행해 오던 환우회 모임과 책자 발간 사업을 표준화 및 통일화해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올해로 희귀성 난치질환자를 치료한지 20년을 맞아 남다른 감회와 목표를 그가 밝혔다.

최 교수는 “초창기 희귀성 난치질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연구에 몰두했지만 만만치 않은 치료비용과 열악한 사회적 환경으로 연구팀을 꾸리기조차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면서 “그러나 지금은 신경계 희귀성 난치질환 분야만 국제적인 SCI급 학술지에 15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특허 등록만 46개에 달할 정도로 국제학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8년까지 카프리스를 구축해 수많은 환자에게 좋은 치료약을 개발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