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車시장, 감원 '칼바람'…구조조정 확산?

2013-01-22 16:31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경기 침체로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는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 불황이 장기화되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에 따르면 르노는 프랑스에서 2016년까지 전체 인력의 14%에 해당하는 7500명을, 혼다는 지난 1992년 영국 공장 가동 이후 최초로 전체 인력의 23%인 8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르노는 5700명은 신규 인력 채용 억제에 의한 자연 감원, 1200명은 자발적인 조기 퇴직 신청을 통해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다.

르노는 이를 통해 3년 동안 약 4억 유로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르노의 경우 자국 내 노동시간 연장 및 공장 간 인력 배치의 유연성 확대를 골자로 하는 노사 협약을 진행하고 있고 프랑스 정부가 공장폐쇄 없이 강제 해고를 최소화하는 르노의 감원 방침을 수용하고 있어, 인력 감축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프랑스 내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르노는 향후 감원과 동시에 제휴업체인 닛산을 포함한 타 업체의 생산물량을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하는 등 자국 내 유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본 혼다자동차도 유럽시장 판매 부진의 여파로 영국 생산공장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혼다는 유럽 경기 침체에 따른 긴축 경영 방안으로 잉글랜드 서남부 지역 스윈든 공장의 인력 3500명 중 8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혼다의 유럽 내 유일한 생산지로써 유럽 시장의 주력 모델인 시빅·재즈·CR-V를 생산하고 있으나 가동률이 66%에 불과하다.

스윈든 공장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16만6000대에 머물러 연간 생산능력 25만대에 못 미쳤다.

혼다의 영국 내 생산인력 감원은 공장 가동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구조조정은 90일 동안의 조정기를 거쳐 단행될 예정이다.

앞서 혼다는 지난해 이 공장 인력 500명을 늘리고, 2억6700만파운드 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신주연 KARI 연구원은 “유럽의 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있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던 업체들도 인력 감축 및 생산성 향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의 지난해 승용 판매는 전년비 7.8% 감소한 1253만 대로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수요 축소로 판매가 부진한 PSA, 오펠, 포드는 지난해부터 공장 폐쇄 및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신 연구원은 “유럽 생산 및 판매 비중이 낮은 혼다가 구조조정을 단행함에 따라 향후 수요 부진 심화 시 비 유럽업체로 구조조정이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