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이동흡’ 택시법’‘특별사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갈등 뇌관 되나

2013-01-20 17:07

아주경제 주진 기자= '4대강 사업'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택시법 거부권 시사' '설 특별사면'까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안들은 신·구 정권 갈등의 뇌관으로 등장했다.

박근혜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말을 아끼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지만, 박 당선인 측근들과 새누리당은 발 빠르게 '선긋기'에 나서면서 청와대와의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우선 감사원의 '총체적 부실' 판정을 받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박 당선인 측과 새누리당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청와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청와대는 국토부와 환경부를 내세워 항변에 나섰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지난 18일 고위당정회의에서 "보(洑)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오해로, 안전에 문제가 없으며, 수질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라며 반박했다.

인수위는 현 정부든 새 정부든 상관 없이 정부의 해당 부처와 감사원이 공동조사를 벌여 더욱 객관적인 검증 데이터가 나오면 해법을 마련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 4대강 사업 평가위원회 구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당선인비서실 정무팀장은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객관적인 전문가, 관계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조사해 국민의 불신과 불안, 의혹을 해소해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 예산을 새 정부에서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 측에서는 '일단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비판적 시각이 갈수록 확산되는 기류다.

박 당선인 측에서는 정부조직개편안의 1월 임시국회 처리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과 조각, 인사청문회 등 새 정부 출범을 위한 각종 정치일정 등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이동흡 인사청문회'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20일 "박 당선인이 인선을 협의하긴 했지만 이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이 대통령의 인사"라면서 "새 정부에서 인사를 다시 하면 된다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택시법'은 신·구 정부 간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사안이다. 비판 여론을 등에 업은 청와대와 정부는 '국가대계'임을 강조하며 거부권 행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거부권이 행사돼도 국회에서 재의해 통과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청와대에 전달한 상태다.

박 당선인 측과 인수위는 현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 중인 설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탐탁지 않다는 분위기다. 박 당선인은 사면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측근이나 친인척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현 정부에서 불거지는 논란들이 여론 비판으로 일파만파 확산될 경우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은 지난 11일 부처 업무보고에 앞서 김용준 인수위원장에게 '이명박 정부 때리기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갈등 없는 인수인계'를 바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박 당선인이 '현 정부와의 차별화'로 새 정부 출범에 부담을 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