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패트롤> 재계 3세 경영인, 위기극복 경험 쌓아야

2013-01-20 15:55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지난해 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실시한 임원 인사의 공통점은 3세 경영인들이 대거 약진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은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재계의 예상을 뒤엎는 깜짝 승진이었다.

GS그룹의 경우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보가 경영혁신담당 상무로 승진했으며 허연수 GS리테일 사장과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 허준홍 GS칼텍스 상무 등도 승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기내식판매사업본부장과 장남인 조원태 경영전략본부장이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승연 회장이 옥고를 치르고 있는 한화그룹은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실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면서 경영능력을 쌓고 있다.

3세 경영인들이 각 그룹의 실세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들이 헤쳐나가야 할 경영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로존 재정위기까지 닥치면서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20세기 초반 대공황 이후 100년 만에 찾아온 최대 위기라는 암울한 분석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경영을 총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는 안이한 마음가짐으로 경영 수업에 나섰다가는 본인이 맡고 있는 계열사는 물론 그룹 전체를 벼랑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현재 주요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은 1970년대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위기를 극복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호랑이는 새끼를 낭떠러지에서 밀어 떨어뜨린 뒤 살아남는 새끼만 데려와 키운다고 한다. 백수의 왕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강인함을 길러주기 위한 고육책이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자 하는 CEO들도, 또 경영권을 물려받아야 할 3세 경영인들도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작금의 위기는 이제 막 경영에 눈을 뜨기 시작한 3세 경영인들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