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전환?..성과위주 경영에 술렁이는 외국계 은행

2013-01-17 18:17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성과 및 효율주의 경영방침으로 외국계 은행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경기불황과 저금리 시대를 맞아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회사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할 것을 독려하는 분위기고, 씨티은행은 2004년 한미은행과의 통합 이후 처음으로 영업점을 줄일 예정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SC은행에는 ‘전문직’이라는 옵션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직으로 전환하면 근무연수를 기준으로 급여액을 산정하는 호봉제가 아닌, 개인 성과에 따라 급여액을 책정하는 연봉제로 바뀐다.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통해 임금 상승률이 결정돼도, 개별적으로 연봉협상을 하기 때문에 임금을 더 높여 받을 수 있다. 재충전 휴가도 15영업일을 제공, 기존보다 2배 가량 늘렸다.

그러나 이를 두고 SC은행 내부에서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가뜩이나 성과체제로 실적압박을 받고 있는데 전문직이라는 옵션을 만들어 내부 불안을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직원들은 당장 고용불안을 이유로 꼽았다. SC은행 노조관계자는 “성과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무능력자 취급을 받게 될 것이고, 고용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직 전환은 전담매니저(RM)나 지점장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SC관계자는 “전문직으로 전환해도 정규직이며, 직원들에게 급여상승의 기회를 주는 것일 뿐 강요사항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SC노조 관계자는 “가뜩이나 지나친 실적압박으로 힘들어하는 직원이 많다”며 “실적에만 매달리다 보면 은행의 공공성은 아예 도외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SC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발생했던 지점장 투신자살 사건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어 이를 우려하고 있다. SC은행 중소기업세일즈RM으로 근무하던 조모씨는 지난해 6월 실적압박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다른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도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 199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데 이어 영업점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연내 서울 역삼동, 방배동, 대치동, 잠실, 논현동 등 강남권에 있는 점포를 중심으로 15개 영업점을 철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의 점포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21개에서 206개로 축소된다.

이번 일로 씨티은행 내부에서는 향후 일부 지점 철수와 영업조직 개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씨티은행 노조관계자는 “고객이 겹치는 곳을 중심으로 영업점을 구조조정하는 것이지만, 결국 희망퇴직이 영업점 통폐합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당연히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