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중소조선사…죽어가는 국내 조선업

2013-01-18 09:09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국내 조선업에 대한 위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지난해 전 세계 수주 1위 자리를 지키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지난해 사실상의 폐업을 선언하며 문을 닫는 중소 조선사들이 속속 이어지면서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해양수산부 부활을 결정한 차기 정부에서 중소 조선사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영국 해운·조선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과 해양플랜트 수주물량은 전년 대비 45.7% 감소한 75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선박 무게에 부가가치와 작업 난이도를 계상한 단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발주량의 35%를 차지하며 국내 조선사가 지난해에 이어 세계 1위를 유지했으나 내용상으로 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고도의 기술경쟁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에 수주가 집중돼 상선을 주로 만드는 중소 조선사들의 몰락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공식 파산을 선언한 경남 통영의 삼호조선을 시작으로 신아SB는 지난해 11월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 기간 만료를 앞두고 가까스로 1년을 연장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31일이 워크아웃 기간 만료일이었던 21세기조선 역시 6개월 연장에 합의하고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남 목포의 세광조선은 지난해 12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3개 중소 조선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개사가 이미 파산을 신청한 상황이다. 이 상태로 가면 중소 조선사들을 아예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정책적 지원이 없는 한 이 같은 조선업계 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것이며, 이는 현재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업의 위치도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중소 조선사들이 과소평가된 경향이 있다. 중소라 해도 규모가 크고 지역경제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단위 매출당 고용효과도 높다"며 "중소 조선사들이 반드시 살아나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특히 "국내 중소 조선사들의 기술력은 아직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중소 선박의 발주가 급감한 현 상황이 이어지게 되면 결국 국가적 지원을 받고 살아남는 중국의 대형 조선사들에게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고, 국내 중소 조선사들은 모두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며 "이는 중국 대형 조선사들의 투자확대를 가져와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기술경쟁력을 따라잡아 국내 조선산업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중소 조선사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재무적 뒷받침은 물론이고, 대형 조선소와 중소 조선소의 협력 모델을 개발하거나 공동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등 중소 조선사들의 기술개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