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벌이고 있는 냉장고 소송전의 두 주인공. 삼성전자가 제작한 냉장고 용량 실험 동영상에 등장한 삼성전자의 T9000(왼쪽)과 LG전자의 V9100 모델.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올린 ‘냉장고 용량 실험’동영상 때문에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제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예상했던 수순이라며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삼성전자의 부당 광고로 인해 심각한 명예 및 인격권 침해 등 무형적 피해와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11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가액은 1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비슷한 용량의 두 업체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과 참치캔 등을 채우는 방식으로 LG전자가 냉장고 용량을 속였으며 삼성전자 냉장고 용량이 더 크다는 내용을 실험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바 있다.

이에 LG전자는 글로벌 규격에 맞지 않는 자의적인 실험 결과를 사실인 것처럼 호도했다며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이를 받아들여 해당 광고 삭제를 명령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동영상은 삭제됐지만 무려 3개월 동안 게재돼 267만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며 “이 때문에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제품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삼성전자는 사과 표명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동영상을 내린 걸로 끝나면 앞으로 유사한 행위가 또 다시 발생하게 될 우려가 있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은 CES 기간 중이었던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조 사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이 지나치게 격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냉장고 용량을 측정하는 방법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있는데 (삼성전자가 임의로 동영상을 올린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서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말했다.

상응하는 조치가 결국 손해배상 소송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LG전자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처분 소송에서 이겼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상세한 내용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언급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LG전자가 소장을 접수하면서 기자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