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잃은 한국경제 추락 언제까지 계속되나
2013-01-13 11:00
자료: 각 기관(11일 현재) |
경기는 지난해 3분기 이미 저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기에 대외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어, 경기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하반기 회복세가 기저효과에 따른 수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질적인 성장동력을 일구지 않는 한 활력을 잃은 경기는 회복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새 정부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 저성장 고착화…하반기 성장 '빛 좋은 개살구'
지난 11일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당초 3.2%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상반기에는 1.9%, 하반기에는 3.5%로 한은 역시 올해 경제 추이를 '상저하고'로 내다봤다.
한은의 이 같은 전망치는 정부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이 제시한 전망치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0%에서 1.0%포인트 낮춘 3.0%로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1%, 국제통화기금(IMF)은 3.6%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3.4%로 전망했으며,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이 각각 3.5%와 3.3%, 한국경제연구원이 2.9%, 금융연구원은 2.8% 등으로 제시했다.
한은이 민간 연구소보다도 경제전망치를 낮게 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한은이 이같은 보수적 전망을 내놓은 것은, 상반기를 아직 낙관하기에 이르다는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제거되면서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역시 워낙 나빴던 지난해의 기저효과라는 점에서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지표상 수치가 올라가도 체감경기는 제자리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경제에 대해 "이전처럼 4%대씩 다시 회복할 기미는 전혀 없으며,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해 성장률도 2.4%에서 2.0%로 낮춰 한국 경제가 사실상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것으로 봤다.
◆ 내수 활성화 관건…경기 불안심리 해소 절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 선진국의 경기 상황 등 대외 불확실성은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국내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떨어지는 환율도 대외요인의 일환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요인 중 경기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전문가들은 대부분 가계부채를 지목했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소비가 줄어들어, 나아가 내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는 이미 한국 경제의 만성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박근혜 당선인도 최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설치로 이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현재 경기회복을 막는 국내 요인은 가계부채로 인한 경기활력 저하”라며 “하반기 성장세 회복을 위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린 경기부양책”이라고 말했다. 임 팀장은 이 같은 부양책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 통화정책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2월 중 추경 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새 정부가 가계부채 해결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성장률의 추가하락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투자심리 자체가 지나치게 위축돼 있어, 반등은 확실히 어렵다”고 전망했다.
오 교수는 이어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강하다"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죽이는 규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 내수 활성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에서 지갑을 닫고 기업이 투자를 줄이게 된 것은 경제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며 "새로운 정부에서 가계부채 해법 등 현재 제시한 민생안정책으로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