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인수위 "춥고 말없고 교통 불편"

2013-01-11 09:37
출입기자 포함 300명 가까운 인원 모인 자리에 휴게실도 없어<br/>가장 가까운 지하철역도 1.25km 떨어져, 마을버스 노선 단 1개

10일 오후 기자들이 인수위 브리핑 룸 밖에서 추위를 참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50일간 활동하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정부부처 업무 보고가 시작되는 가운데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으나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자리잡은 인수위는 건물 안에서는 공무원들과 기자 그리고 건물 밖에서는 경비하는 경찰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기자들은 등록인원만 1000명이 넘는다. 11일 오전 본관 2층 통합브리핑실 네곳에 분산된 기자들은 총 226명 가량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취재를 위해 전화 부스나 휴식공간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보안과 비용 소요 등을 감안해 인수위를 꾸릴 공간으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와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을 제안했다. 이곳은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곳으로 임대료가 없는 곳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민간인 사찰’을 주도했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있던 곳이라는 등의 이유로 삼청동 금융연수원과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선택했다. 금융연수원은 은행연합회 소유로, 별도의 임대료를 정부가 대신 지급하고 빌렸다. 인수위 관계자는 “주변 다른 사무공간보다는 임대료가 매우 저렴한 수준”이라며 애둘러 표현했다. 또 인수위 파견 공무원들이나 인수위원들이 기자들에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불통의 시작'이라는 지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삼청동으로 출근하는 공무원들도 힘들기는 마찮가지다. 우선 삼청동 자체의 물가가 무척 비싸다. 인근의 식당가는 점심 한끼가 대부분 7000원 부터 시작해 비싼곳은 10000만원이 넘는 곳도 많다.

유명 커피 체인점들의 커피 가격은 5000원 대가 주를 이룬다. 삼청동은 주말이나 봄에는 관광객들과 서울 시민들이 많이 찾는곳이다. 인근 상인들은 “삼청동이 서울시내 유명 관광지인데 이정도 가격은 받아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안국역은 1.25km, 가장 많은 인원이 이용하는 광화문역은 2km나 떨어져 있어 도보로 이동할경우 30분이 넘게 걸린다. 결국 단 하나밖에 없는 마을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수위도 추가 비용을 들여 긴급히 셔틀버스를 투입했지만 출근시간에 두개 노선에 단 4회 운영에 그친다. 그나마 퇴근시간엔 단 두번뿐이다. 이것만으로는 300~400 명에 달하는 출퇴근인원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인수위가 모를리 없다.

금융연수원 자체의 출퇴근 버스도 있지만 “연수원 직원들 전용”이라는 퉁명스러운 대답만 돌아왔다. 이 모든 비용은 도심 대로변에 있는 정부중앙청사였다면 겪지 않아도 될 비용이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어제 저녁 기자실에 들러 “인수위 예산 집행이 아직 안되고 있는데 빠른 시간에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17년 정치부 생활을 한 내가 여러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는 말을 했다.

이어서 “전두환 대통령에서 노태우 대통령으로 정권이 넘어갈 때 처음 인수위 생겼는데 이번 인수위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어 좋은 정권 인수작업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