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전력산업정책…선진국형 제도 필요
2013-01-09 12:00
KDI, 2001년 구조개편 효과 미미<br/>경제효율에 입각한 경쟁정책 강화 제안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우리나라 전력산업이 효과적인 경쟁체제 확립에 실패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선진국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일총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전력산업 위기의 원인과 향후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나라는 2001년 전력산업 구조를 개편하고 경쟁을 도입했지만 효과적인 경쟁체제를 확립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구조개편 이후 전력설비에 대한 투자와 전력생산은 발전업체 간 경쟁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전력산업에서 경쟁의 실질적인 효과를 결정하는 시장거래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효과적인 경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독점으로 남은 송전·배전·판매에 대한 요금규제 제도와 한전 및 한전 발전자회사 지배구조는 구조개편 이전 공기업 독점체제 시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한전과 자회사 내부 비효율과 전력산업 내 자원배분의 비효율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쟁을 도입한 지 11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서 전력시장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수년간 발생한 만성적인 수급위기, 설비 부족 현상의 장기화, 전력 과소비, 한전의 대규모 적자 누적, 한전과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의 비효율적인 경영과 빈번한 사고는 구조개편 이후 전력산업에 대한 경쟁정책, 규제정책, 공기업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전력산업을 정상화하고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전력산업에 대한 경쟁정책을 강화하고, 요금과 공기업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이윤동기와 경제효율에 입각한 선진국형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남 교수는 도매전력시장은 PJM 등 미국 동부시장에서와 같이 가격상한하에서 직접적인 가격경쟁을 허용하는 한편, 용량시장은 설비투자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여 현재 스팟시장 대신 용량에 대한 선도계약시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기저발전기 등 과거에 건설된 일부 발전기에 대해 경쟁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과도한 이윤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인 ‘Vesting’ 계약 도입도 대안으로 꼽았다.
향후 건설될 기저발전기에 대해서도 시장원리에 반하는 사전적인 초과이윤을 방지하기 위해 진입제한을 철폐하고, 입지나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한 진입장벽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 초과이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경하는 방안도 내놨다.
남 교수는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에 대해서도 민간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이윤동기와 경영자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해야 한다”며 “2003년 이후 10여 년간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돼 온 현행 전력산업구조도 경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