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파르디외, 푸틴에게서 직접 러시아 여권 받아
2013-01-06 21:53
푸틴 새해 연휴 보내는 소치 방문해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프랑스 정부의 '부자 증세' 정책으로 인해 국적 포기를 선언하고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배우 제라드 드파르디외(64)가 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러시아 여권을 받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실장은 6일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푸틴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드파르디외가 소치에서 짧게 만났다”며 “이 자리서 푸틴 대통령이 드파르디외에게 러시아 여권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드파르디외는 하루 전 전세기를 이용해 푸틴 대통령이 새해 휴가를 즐기고 있는 흑해 연안의 러시아 남부 도시 도시 소치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과 드파르디외는 저녁을 함께하면서 영화 활동 계획 등을 포함한 여러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페스코프 실장은 전했다. 특히 조만간 러시아에서 개봉될 제정 러시아 말기의 괴승(怪僧) 그리고리 라스푸틴에 관한 영화에서 드파르디외가 주인공 역을 맡은 것이 푸틴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다고 페스코프 실장은 말했다.
현지 TV 방송인 '제1채널'은 이날 푸틴과 드파르디외가 소치에서 만나 서로 반갑게 포옹하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내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일 드파르디외에게 러시아 국적을 부여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국적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진 드파르디외는 이날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적 신청을 받아들인 러시아 정부에 감사를 표시하고 러시아로 이주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드파르디외는 “러시아는 살기 좋은 나라”라며 실제로 러시아로 이주하게 되면 모스크바 등의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또 자신은 푸틴 대통령을 아주 좋아하며 푸틴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부자 증세 정책의 하나로 100만 유로(약 14억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최고 소득세율 75%를 적용하는 세제 개혁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해 자국 국적 포기를 선언, 벨기에와 러시아에 국적 신청서를 낸 바 있다. 벨기에 정부는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망명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은 드파르디외가 6일 소치에서 멀지 않은 러시아 중부 모르도비야 자치공화국 수도 사란스크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공화국 정부는 공항에서 민요와 전통 음식 등으로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프랑스 배우를 열렬히 환영했으며 드파르디외는 하루 전 푸틴에게서 건네받은 러시아 여권을 보여주며 즐거워했다.
사란스크시는 드파르디외에게 고급 아파트 열쇠와 거주 등록 허가증을 증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힌 드파르디외가 이곳에 정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