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정치학…인수위도 늦고 비대위도 늦고

2013-01-03 17:57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여야가 신년을 맞아 느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 지연으로 가장 짧은 정권 인수 기간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대선 이후 2주 넘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정하지 못하는 등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는 일러야 이번 주말께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인사의 부실검증 논란이 불거지면서 신중한 인선작업이 진행되는 탓에 전체 일정이 늦어진 것이다.

지난 15년간 인수위 활동 기간은 평균 60.6일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5대 인수위는 62일 활동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16대 인수위는 58일, 이명박 대통령의 17대 인수위는 62일 가동됐다. 그러나 이번 인수위가 오는 6일께 출범한다고 가정하면 활동기간은 51일로 이전 정권보다 10여일이나 일할 시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해양수산부 부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과 새 정부 내각 구성 등 향후 5년간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인수위의 역할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신중한 인선태도가 지나쳐 정작 중요한 정권 인수작업이 날림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도 느리긴 마찬가지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혁신작업을 주도할 비상대책위원장을 계파간 이견으로 아직까지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이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느냐는 문제와 비대위원장 선출방식 등을 놓고 지지부진한 논의를 전개해오다 급기야 추대인사를 놓고도 주류 대 비주류 간 감정싸움만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상임고문단은 3일 박기춘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과 수수방관한 사람 등을 비대위원장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하는 등 '책임론'을 놓고 당내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여야 의원들의 외국행도 느리게 움직이는 정치권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1월 중 여야 의원 3~4명이 한 팀을 이뤄 스페인·그리스 등을 방문해 유럽의 경제위기 현황을 살펴보고 해당 국가 의원들과의 교류를 계획하는 등 상임위별로 국외시찰 예산을 이용해 의원외교 일정을 잡아둔 상태다.

새해를 맞아 신년인사회 등 각종 행사가 많은 때문에 당분간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의원들도 상당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달 말 정부조직개편안 등 관련 법률 처리가 예정돼 임시회가 소집될 것"이라며 "그 전까지 20여일간은 사실상 의원들의 휴식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