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펀드형… 신종 기획부동산 기승, 투자자 ‘경계보’

2013-01-03 11:00
일반 투자자로부터 폭리 취하거나 투자금 가로채<br/>토지 구입 시 현장·업체 확인 등 철저히 검증해야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1 직장인 A씨는 기획부동산을 다니는 이모로부터 “나도 샀으니 안심하라”란 말에 경기도 여주군 330㎡의 땅을 시세보다 높은 5000만원에 사게 됐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는 기획부동산에서 사용하는 다단계 수법이었다. 이후로도 매수자를 소개시켜주면 땅을 싸게 주겠다며 지인 소개 권유를 계속 받고 있다.

#2 기획부동산을 운영하는 B씨는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면 월 2~3%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인 후 534명의 투자자로부터 322억원을 유치해 260억원 가량은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3 C씨는 신문에서 용인시 소재 토지 약 10만㎡ 임야를 싼 가격에 분양한다는 광고를 봤다. C씨와 상담한 기획부동산은 가분할도를 제시하고 향후 분할등기가 된다며 두 필지를 팔았다. 하지만 나중에 등기권리증을 확인한 결과 10만㎡ 임야에 93명이 공동소유주로 등기돼 판매나 소유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개발 가능성이 없거나 낮은 토지를 비싼 가격에 팔거나 사기로 분양하는 기획부동산이 새로운 영업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 펀드식 투자자 모집, 지분 등기 방식 토지 판매, 소유권 없이 토지 판매, 도시형 기획부동산 등 신종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양한 사기 유형, 피해자 속출

다단계 판매 유형(#1)은 높은 급여와 좋은 근무조건을 제시해 취업자를 고용한 후 토지를 구입하고 다른 사람을 소개토록 하는 방식이다. 급여는 강의 수강에 따른 기본급과 토지 판매와 다른 사람 소개시 주어지는 성과급으로 구성된다.

펀드식 투자자 모집(#2)은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높은 수익률을 허위로 내세워 자금을 모은 후 임의로 투자금을 유용하거나 잠적하는 사례다.

공동지분 등기 방식으로 토지를 판매하는 방식(#3)도 늘고 있다. 이는 기획부동산을 막기 위해 토지분할시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라도 관계법령에 의해 허가를 받아야 분할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개선돼 필지 분할이 어려워진데 따른 것이다. 임의로 가분할도를 만들어 나중에 분할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이고 지분 등기 방식으로 토지를 판매하는 것이다.

싼 값의 토지를 높은 값에 분양해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닌 아예 소유권이 없는데도 토지를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매매계약만 체결했거나 소유주로부터 사용 승낙이나 임대만 받은 부동산을 팔고 도주하는 것이다.

J인터내셔널이라는 기획부동산은 남이섬 인근 6600㎡ 토지를 자신 명의로 소유주와 매매 계약한 후 투자자들에게 7개월 뒤 이익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200여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은 후 소유주와 계악 파기 후 도주한 바 있다.

회사 명칭도 예전에는 ‘○○컨설팅’, ‘○○투자개발’ 등의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연구소’, ‘○○개발공사’ 등 공공기관 등으로 착각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2~3년에 걸쳐 도심지역의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후 실수요자인 개발업자나 개인에게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도시형 기획부동산도 있다.

군산시에서는 한 기획부동산이 시내 주요 지역 토지를 집중 매입하고 고가에 분할 판매하는 바람에 실수요자인 개발업자와 개인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

이밖에도 도시 주변 지역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택지개발 등 각종 개발정보를 미리 빼내 주변 토지를 선점하거나 도심지내 연립·다세대 주택 등을 집중 매입하고 재건축 등 허위 정보를 퍼트려 시장 가격을 올린 후 매각하기도 한다.

◆토지 구입 과정서 꼼꼼한 확인 필수

날로 지능화하는 기획부동산에게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토지 구입의 경우 관심 유발, 현장 확인, 매매 계약 단계 등 토지 구입 과정에서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고 국토부는 당부했다.

우선 관심 유발 단계에서는 정확한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 토지를 사라는 권유를 받으면 서둘지 말고 해당 토지 등에 대한 정보를 직접 알아봐야 한다.

토지 정보는 지번을 정확히 파악한 후 공적 장부를 열람하거나 부동산 관련 정보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 민원24사이트(www.minwon.go.kr)에서 토지대장, 대법원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에서는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

온나라 부동산정보(www.onnara.go.kr), 토지이용규제 정보시스템(http://luris.mltm.go.kr) 등을 통해 해당 토지 정보와 주변 상황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지자체 도시계획, 도로 담당 부서, 중개업소를 통해 분양업체가 제시한 개발계획을 확인하거나 대법원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 등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토지 분양회사나 중개업체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개업자가 합법적으로 등록된 업자인지는 시·군·구에 문의하거나 한국토지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단계 판매나 펀드식 투자자 모집 같은 경우는 업체의 영업방식이 관련 법령에 적합한지 알아봐야 한다.

현장 확인 단계에서는 현장을 방문해서 토지의 위치·상태와 주변상황·교통사정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 국토정보를 검색하거나 m.nsdis.go.kr를 입력·실행시키면 현장지도 및 토지정보 등을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해당 토지 주변 도로 현황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시·군·구청에 궁금한 사항을 문의하거나 인근 중개업소에서 기획부동산이 제공하는 정보가 맞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다.

마지막 매매 계약 단계에서는 계약 전에 토지의 소유관계 및 등기내용 등을 확인하고 계약서 체결과 금전 거래는 소유자와 직접 하는 것이 좋다.

직거래 계약의 경우 주민등록증 등 소유주 신분확인을 확실히 확인하고 대리인의 경우 인감증명이 첨부된 위임장을 확인하고 실제 계약당사자와 직접 연락을 취해 본다.

지분을 취득했지만 분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가급적이면 계약서에 분할등기 시기 및 방법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모든 거래는 선수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므로 미리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조심한다.

토지 매매 계약은 적법하게 등록된 중개업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변호사·법무사 등에게 불명확한 계약조항 여부 등에 대해 자문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국토부 부동산산업과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영업 활동에 대해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높은 수익이 있는 곳에 높은 위험이 있다’는 투자원칙을 인식하고 기획부동산의 사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