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홍종순 에리트베이직 대표 "새롭게 시작될 10년, 패션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것"

2013-01-03 09:20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흔히 뱀이라고 하면 무섭고 징그럽다는 느낌부터 갖는다. 심지어 '혐오스럽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뱀은 해마다 허물을 벗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강한 혁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기존 껍데기를 벗고 해마다 새로움을 더해가는 '뱀'을 닮은 기업이 있다. 계사년(癸巳年)을 맞아 교복 업계 1위에서 패션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홍종순(59) 에리트베이직 대표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만났다.

"지난 10년이 교복업계 1위로 도약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패션전문 기업으로 우뚝서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입사 1년차의 마음가짐을 되새겨야죠."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홍 대표의 옷이었다. 그가 입은 알록달록한 카디건 브랜드는 '엘리트'였다. 교복업체가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미도 있었다. 그는 365일 자사 브랜드 옷을 입고 근무한다고 했다.

"지금이야 엘리트 학생복 하면 다 알아주지만 처음 시작할 땐 문전박대 받은 경험도 많아요. 그래서 그땐 친구들을 만날 때도, 학교·직장 선후배를 볼 때도 교복을 입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옷이 얼마나 편하고 질이 좋은지 제가 더 잘압니다"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에리트베이직은 올해 11년차를 맞는 중소기업이다. 전신은 1969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합섬이다. 이후 1996년 사명이 새한으로 바뀌었고, 2002년 새한의 의류사업부가 분사해 현재의 에리트베이직이 됐다. 전체 직원 9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초기 멤버다. 그만큼 결속력이 강하다. 현재 교복 브랜드인 엘리트를 비롯해 엘케이스포츠, 비토이, 유니폼 브랜드 윌비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홍 대표는 삼성그룹 공채로 출발해 기업의 CEO 자리까지 올랐다.

"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업부를 정리했습니다. 이때 직원들이 퇴직금을 모아 만든 회사가 에리트베이직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나를 믿고 따른 직원들을 생각하면서 10년간 미친 듯이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보답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홍 대표는 최근 패션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계점에 다다른 교복사업에서 벗어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교복 시장은 포화상태"라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패션"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학생용품 시장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반면 답보상태에 있었던 엘케이스포츠를 정리할 방침이다. 또 캐주얼 브랜드 비토이와 엘리트 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비토이는 홍 대표가 야심차게 출시한 영캐주얼 브랜드로 다양한 색상을 내세운 야구점퍼, 후드. 캐릭터 티셔츠 등이 주력 품목이다.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을 비롯해 5곳에 동시에 입점했고, 전국 주요 핵심 상권에 가두 매장을 내며 영업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 하반기 출시한 '엘리트펄스'는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학생용 고급 아우터로 올 겨울 소비자에 첫 선을 보인다.

홍 대표는 "수 십 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아웃도어 외투가 학생들에게 인기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어른 양복 2~3벌 가격의 점퍼를 갖기 위해 학생들이 절도까지 일삼는 것을 보고 심각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이런 학생들을 위해 아우터를 출시키로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교복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로 교복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겉옷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제품을 입어보면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사업 진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해외 SPA브랜드가 주류로 자리하면서 수많은 토종 중소업체가 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교복은 안정적인 사업이고 캐주얼·스포츠는 시장 변동성이나 경기 민감성이 커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며 "결국 업계 트렌드를 누가 먼저 읽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다시 1년차 신입사원의 마음가짐으로 돌아왔다는 홍 대표는 향후 계획도 설명했다.

그는 "2015년까지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편하고 합리적인 패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의 다부진 각오에 10년 후 에리트베이직 미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