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기부 기증 활성화위해 35% 세금감면 필요"
2012-12-11 23:31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 '소득세제 개편 제안' 세미나
국회의원 남경필 이재영 정성호 최재천의원등 4명과 건국대학교 법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가 주관한 '미술품 박물관자료 기증에 대한 세제감면 세미나'가 11일 오후 2시 아트선재센터 강당에서 열렸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미술품 기증 통한 미술관 활성화는 결국, 세금감면이 답이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위원장 정준모)는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강당에서 '국내 미술문화 발전을 위한 세제개편을 제안'하는 대국민 공개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준모 위원장은 이날 국회의원 4명(남경필 최재천 이재영 정성호)과 건국대 법학연구소와 함께 "현행 시행되고 있는 척박한 박물관 미술관법으로는 미래가 없다"며 "미술품으로 세금내게 하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은 미술품에 대한 기부액을 법정기부액으로 산입할 경우 개인은 소득세에서 기부액의 100%, 법인은 법인세에서 기부액의 50%를 손금 산입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정부는 문화재 및 미술품의 경우 객관적인 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 법인세법, 소득세법,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박물관과 미술관이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부액을 법정기부금으로 인정해 감세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 정준모위원장(가운데)이 토론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그는 "전세계 주요 미술관의 재원 마련은 미술품 기부로 가능했다"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들의 미술관에 유명작품이 소장된 것은 자국의 미술관 박물관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기증 및 기부를 원하는 개인과 법인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세제감면을 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국공립미술관은 기부행위를 요청조차 할수 없고, 경영마인드를 가진 미술관장은 유명무실한 구조"라는게 정위원장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미술품 기부 기증관련제도는 법적으로 혜택을 받을수 있다지만 근거 규정이 복잡해 실제 혜택받는 기증자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는 이날 국공립미술관 기부물품을 모금할수 있는 특별조항 신설과 실질적인 세계혜택과 절차 간소화를 요구했다. 또 미술관 공공의 목적에 맞게 역할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 자문하는 인증기관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 이재경 건국대 법학대학원교수, 홍기용 인천대교수 납세자현합회장,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장,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양인준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교수,이정인 서울대학교 법학사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11일 민주통합당 최재천의원이 세계적인 미술관 박물관 육성및 문화산업 발전 정책 세미나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다음은 세미나 주요내용.
▲전세계 주요 미술관의 재원 마련은 ‘미술품 기부’
모마(MoMA)는 전체수입의 71%,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은 99%, 보스톤 미술관(Museum of Fine Art in Boston)은 78%가 기부, 기증, 멤버쉽, 후원 등의 개인지원을 통해 이루어졌다. 모마의 정부 보조에 의한 수익은 전체의 1%(100만 달러) 정도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관은 전반적으로 정부 예산에 대한 의존도가 평균 45.9%로 높다. 소장품의 구입과 관리에 있어 평균 구입 작품수는 22.4점, 기증과 기부가 전무한 실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기증 작품수는 총 85점으로 저조하며, 그마저도 대부분 작가와 그의 유족에 의해 이루어져 제한적이다.
해외 주요 미술관과 국내 미술관의 소장품 수는 비교하면,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은 15만여점(자료 30만점), 프랑스 퐁피두 센터 국립현대미술관은 6만여점, 영국의 테이트모던은 6만 6천여점인 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6500여점으로, 양적으로 미국과는 약 25배, 프랑스와 영국과는 10배가량 규모의 차이가 난다. 또, 미국의 주요미술관은 미국 NEA 정부지원 총액 대비 3-4배에 달하는 예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미술시장의 부흥과 쇠퇴는, 정부의 조세지원 정책에 달려 있었다. 1913년 수입 예술품 관세 철폐와 1917년 미술품 기부에 대한 세금감면에 따라 유럽의 미술품이 미국에 유입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미국의 주요 미술관의 설립이 늘어나기 시작하며 미술시장도 함께 부흥했다.
메트로폴리탄의 경우 1916년부터 1917년 1년 동안 전체 소장품 중 기증의 횟수가 20배 가량 (1155건에서 2만3675건으로) 증가하였다. 이를 통해 192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모마, 휘트니, 구겐하임, 내셔널 갤러리 등 대표적인 미술관이 집중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했다. 반면, 1986년부터 1992년까지 기부금에 대한 조세지원이 중단되기 시작하면서 미술관의 기증과 기부가 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부유층 특혜라는 여론에 따라 일시적으로 제한하자, 메트로폴리탄과 모마의 경우 기증과 기부가 각각 21%, 139%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관람객 수도 감소하였는데, 이처럼 미술관의 기증품 수는 관람객 수의 증가와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술품 기부’는 납세자만 혜택뿐 아니라, 국가‘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
미술품 기부는 기부를 하는 납세자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혜택을 받는 제도이다.
첫째, 미술품의 자산가치 상승효과 때문에, 돈으로 낸 세금보다 미술품으로 낸 세금의 자산상승 효과가 크다. (파이낸셜 타임즈 2012년 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국제 미술품 가격을 반영하는 `메이 모제스 올 아트 지수`가 2011년 11% 상승한 반면 미국 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투자 수익률은 2.1%(배당수익 포함)로 미술품 투자 수익률이 주식시장 수익률을 앞질렀음)
미술품 기부는 이른바 ‘적은 세출로 최대의 효과’를 가져오는 효율적인 제도이다. 만약, 국가에서 기증자에게 50%의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할 경우 결과적으로 국가는 작품가의 50%만 지불하고 고가의 훌륭한 작품을 소장하는 셈이다. 미술관 컨텐츠의 유지를 위하여 소장품의 구매는 필수적이고, 미술관에 소장되는 우수한 작품의 가격은 시간이 감에 따라 상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미술품 소장에 투자할 정부 재정의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미술관의 작품은 영원히 국가의 자산으로 귀속되고, 언제든지 누구나 미술관에 가서 감상할 수 있도록 국민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기증과 기부로 설립되고 활성화된 미국의 모마, 프랑스의 내셔널 갤러리, 영국의 테이트모던은 각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이미 관광의 필수 장소로 자리잡고 있어, 관광산업 발전의 핵심적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이들 미술관은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국민의 정서교육에 이바지하는 한편, 미술품의 보전과 복원 및 연구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학술 및 연구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다.
◆ 우리나라 현행제도의 문제점?..유명무실 제도개선 시급
첫째, 미술관에 기부시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근거규정이 복잡하고 실제 절차가 불투명하여 적용받는 사례가 거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중앙박물관에 수 많은 작품들 중 거개가 기부와 기증으로 이루어진 컬렉션이다.
전통자수를 수집한 허동화, 박영숙 부부가 1996년 약 600여점의 유물을, 화가 김종학은 목가구 292점을, 화가 변종하는 신라 금동관을 비롯 도자기를, 고 김홍기와 부인 엄순녀가 토기를 주축으로 한 구 홍산박물관의 소장품 1,512점을 기증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인 맥타카트가 자신이 수집한 한국의 유물 480여점을 기증하였고, 재일교포 김용두가 도자기등 180여점을, 목가구를 중심으로 한 수장품 300여점을, ‘마약 검사’로 명성을 떨친 유창종 변호사는 평생 모은 기와 1800여 점을, 변호사이자 고 미술품 수장가인 최영도가 토기류 1500여 점을, ‘성문종합영어’의 저자인 홍성문은 2003년 ‘대보적경’ 등 국보 4건과 보물 22건을 포함 100건의 문화재를 기증하였지만 어떠한 세제상의 혜택도 받은바 없다.
둘째, 기부자가 힘든 과정을 거쳐 기부와 관련된 혜택을 받는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세제혜택은 기부 미술품의 정상적 가치의 10%도 감면받지 못하고 있다.
◆국공립 미술관이 기부금품 모집조차 안하는 이유? 못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미술관은 현물의 기부와 기증을 모집하는 것에 대한 관계 법령이 모호하게 되어 있다. 기부금품법 제5조 2항 및 박물관 미술관 진흥법 제8조에 따르면, 기증자가 자발적으로 기부 및 기증을 하겠다는 의사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심사를 거쳐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국공립 미술관 기부금품 모집에 대해서는 기부금품법 제 3조 및 문화예술진흥법 제7조, 기부금품법 제5조 1항 단서, 제2항 제3호 및 동법시행령 제 13조, 기부금품법 제 5조 제 2항 및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는 등 관련 규정이 복잡하고 모호하게 정의되어 있어 기관에서 기부가 가능한 것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또 근거 법령이 모호할지언정 존재하고 있다 하더라도, 국공립미술관 및 박물관이 기부금품 모집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기부금이 관련법 및 제도적 모순으로 국가 예산으로만 산입, 해당 미술관이 사용하지 못하는 기부금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 제17조, 지방재정법 제34조 및 제15조에 의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수입은 세입으로 하고, 세출 예산으로 편성하여 사용해야 함)
국립미술관 및 박물관의 경우 법정 기부금을 받아도 운영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다시 반납해야 하고 이에 대한 추가 예산 편성이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에 기부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해당 미술관이 사용할 수 없다. 영국의 경우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특수법인 형태로 브리티쉬 박물관이나 내셔널 갤러리 등을 운영하여 기부금 등으로 인한 수입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금액을 정부에 반환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를 통해 박물관과 미술관의 운영비로 쓰고 있다.
미술관•박물관 자체적으로 기부나 기증을 모집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지원되지 않는 실정에서,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미술관은 정부의 예산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재정은 늘 빈곤한 수준일 수 밖에 없으며, 나아가 미술관 소장품 수준의 저하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놓여있다.
▲영국의 AiL, 기증자 중심으로 행정절차 간소화하자, 미술품 기증 극적으로 증가
영국의 미술기부 관련 법안 중 가장 대표적이고 영향력 강한 법안인 AiL(Acceptance in Lieu)은 국가에서 유산적 가치가 있는 미술작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영국정부는 AiL의 행정절차를 기증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지속적으로 간소화시킴으로써 미술품의 기증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1985년 대처 정부 이후 AiL을 통한 기증작품을 확대하고 효율성을 늘리기 위해 업무를 신청자 중심으로 전환했을 때 전체적인 기부가 증가하였고, 1987년에 전문담당 기관을 신설함으로써 행정적 효율성을 높여 또 한번 전체적 기부량이 증가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1998년에는 다시 한번 행정적인 절차를 개선했는데 이때에도 또한 기부가 극적으로 증가하였다.
▲세금감면 혜택, 효과가 있으려면 혜택 세액을 더 높여야 한다
‘파격적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선진국의 사례를 볼때, 미술품 기증시 세제혜택은 혜택 세액이 파격적일 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1917년부터 1986년까지 최고 소득자의 경우 평균 70% 이상의 세금 감면효과를 주는 정책을 시행했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미술관•박물관이 생겨나고 소장품이 많아지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미술관 문화 활성화된 선진국 영국조차 최근 2012년에 소득세 감면안을 발효했는데 법의 개정 이유는 ‘기증자의 생전에 세금혜택을 줌으로써 기증을 활성화 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세금감면의 크기에 따라 기증의 정도는 민감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착한 부자들이 사회적 기여하도록 해야
기증의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과 인증미술관 도입 등 제도적 면과 함께 중요한 것은 바로 기증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와 이를 지지하는 분위기의 조성이다. 미술품의 기증은 공공의 목적을 위함이며, 현 세대와 다음 세대에까지 투자하는 의미있는 사회 환원 활동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미술품은 사치품이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미술품의 기증과 이를 통한 사회적 효과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공론화하고 가치를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기부시 세금혜택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잘 알리는 것도 잠재적 기부자를 키우는데 있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