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한수원, ‘질책’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때

2012-11-13 15:29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직원들이 경직돼 있어서 큰일입니다. 어딜가든 죄인 취급이나 받고...”

얼마전 기자와 만난 한국수력원자력의 한 관계자가 식사 중 한 얘기다. 그는 최근 전방위로 터진 한수원 원전 관련 사고에 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라며 이같이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잇따른 원전사고로 연일 보도를 장식하는 한수원은 그야 말로 공공의 적이 됐다. 지난 2월에 발생한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은폐 이후 영광 5호기, 신고리 1호기 원전의 고장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불신과 여론의 집중 질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7월에는 원전 납품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22명의 간부가 무더기로 검찰에 구속되고, 9월에는 안전을 책임져야할 고리원자력본부 소방대원 마약 투약 사건이 발생해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이 파문을 일으켰다.

인재(人災)로 인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원전은 현대 과학 기술이 집적된 복잡한 산업시설로 근무자의 어떤 사소한 잘못도 용납되지 않는다. 설사 설계과정부터 시공까지 완벽할지라도 안정성의 키는 결국 운영하는 사람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이에 한수원측은 발전소 운영시스템을 바꾸고 직원들의 의식을 개선하고자 고강도 쇄신을 추진했다. ‘비상대책운영실’을 가동해 직원들은 주말도 반납하고 24시간 일에 매진하고 있다.

원전 정책은 국민의 신뢰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원전 종사자들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자들이다. 이들도 한 아이의 자랑스런 가장인 동시에 한 직장의 고달픈 노동자다. 이제는 그들에 대한 질책보다는 따듯한 격려와 관심을 통한 믿음을 가질 때이다.

이들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지켜주는 우리들의 믿음을 통해 유난히 따듯한 올 겨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