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돈맥경화' 입증…예금회전율, 5년여만에 최저

2012-11-12 16:28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예금을 인출하는 횟수를 뜻하는 예금회전율이 5년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에 따라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현재 예금은행의 예금회전율은 3.7회로 지난 2007년 5월(3.7회) 이후 5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예금회전율은 지난해 12월 4.5회로 고점을 찍고 줄곧 하락해 지난 7월 4.0회 이후 3개월째 하락세다.

예금의 월중 지급액을 예금통화의 평균잔액으로 나눈 값이 예금회전율이다. 이 수치는 소비 등을 위해 자금을 인출한 횟수를 뜻한다. 즉,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돈의 유통속도가 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통화량 역시 지난 7월(6.0%)부터 3개월째 감소세다. 9월 중 현금과 더불어 2년 미만 정기 예ㆍ적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시장형 상품을 포함한 광의통화(M2, 평잔)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도 5.2%로 전월(5.7%)보다 떨어졌다.

세부적으로는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 예금 회전율이 30.7회로 지난해 2월(29.5회) 이후 최저로 떨어졌으며, 저축성 예금 회전율은 8월 1.2회에서 1.1회로 소폭 하락했다.

특히 기업 간 결제수단으로 주로 쓰이는 당좌예금 회전율은 9월 현재 459.8회로, 지난 2009년 4월(411.4회) 이후 3년 5개월만에 처음으로 400회대로 내려앉았다.

이는 유로존 재정위기와 선진국 경기둔화로 인한 증시불안,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저금리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주택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산가치 하락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9월 요구불 예금은 전월 90조6000억원에서 9월 9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당좌예금은 4조2000억원에서 6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저축성 예금 또한 884조9000억원에서 886조원으로 증가했다.

지금껏 회전율은 연말이 다가오면 기업의 자금수요 증가와 소비 확대 등에 힘입어 늘어나곤 했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면서 회전율은 현 수준을 지속하거나 더 낮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경색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계 소득과 기업의 이익도 덩달아 줄어 결과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예금회전율이 낮아지는 것은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향후 기업과 가계의 자금수요가 줄어들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