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노력에도, 외화예금 유치 '신통찮아'

2012-10-22 16:37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금융당국이 외화예금 확대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중이나, 은행권의 외화예금은 제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들이 대부분 단기로 자금을 넣어뒀기 때문이다. 현재 지속적인 환율 하락(원화값 상승)세가 전망되면서, 외화예금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외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9월말 기준으로 304억3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1월(279억6400만달러)에 비하면 9개월 간 60억달러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외화예금은 현재 총예금의 약 3%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지난 6월말 대외충격에 의한 위기 상황 대비를 위해 ‘외화예금 확충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총 3단계로 구성된 이 방안의 첫번째 단계는 거주자의 외화예금 확대기반 마련, 해외교포 유치 및 현지점포 수신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5개 은행 중 외환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6월말보다 외화예금 잔액이 총 32억5400만달러 늘었다. 외환은행은 은행 중 잔액이 가장 많지만 6월말 112억6100만달러에서 9월말 112억1900만달러로 줄었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1억400만달러, 1억78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기간 외화예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국민은행도 증가율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

한국은행 통계상 9월말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은 392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무역흑자에 따른 수출대금 예치 증가와 해외증권 발행자금 예치가 늘어난 것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국책은행의 연구소 관계자는 “통상 기업들은 수출대금이 늘어도 리스크 관리상 적당한 시기에 환헤지를 위해 환전해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통장에 돈을 넣어두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도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수출을 미루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외화예금은 더욱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예금은 대부분 기업보다 개인의 힘이 크지만, 외화예금은 개인 비중이 턱없이 부족하다. 거주자 외화예금의 90% 이상이 기업이고 개인 비중은 9.8%가 고작이다. 당국에서는 개인 부문의 예금 유치도 장차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부분 금리가 겨우 1%대인 데다, 이 역시 환율 리스크를 감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기는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1월 국민은행이 출시한 'KB국민UP외화정기예금' 잔액은 9월말 현재 74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이 올 7월 출시한 '환율케어(Care)외화적립예금'은 19일 현재 603건에 36억8600만달러를 기록중이다. 외환은행이 지난 3월 출시한 '장기우대 외화정기예금'은 판매 실적이 417건, 100만달러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