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성범죄 오보’ BBC사장 사임
2012-11-11 11:09
작고한 전(前) BBC 진행자 지미 새빌의 성범죄 파문과 정치인의 성추문 관련 오보 등으로 위기를 맞은 영국 공영방송 BBC의 조지 엔트위슬(49) 사장이 10일(현지시간) 취임 두 달 만에 사임했다.
엔트위슬 사장은 성명에서 “최종 편집권자로서 지난 2일 ‘뉴스나이트(Newsnight)’가 보여준 용납 불가한 언론의 수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간판급 앵커 새빌의 아동 성폭행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BBC에서 이번에는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나이트가 한 정치인을 아동 성 학대범으로 잘못 지목한 것이다.
엔트위슬 사장은 “극히 예외적인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 지난 몇 주간 나는 BBC가 새로운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주 뉴스나이트는 자신이 성 학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이 남성은 1980년대 어린이 보호시설에서 보수당의 고위급 인사에 의해 반복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뉴스나이트는 보도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정치인의 신원을 밝히진 않았지만, 보도 직후 그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측근이자 전직 보수당 회계담당자인 알리스테어 맥알파인이라는 추측이 인터넷을 타고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러나 맥알파인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같은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고, 이어 성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남성마저도 맥알파인의 사진을 보니 그가 자신을 괴롭혔던 인물이 아니라며 실수를 인정했다.
맥알파인 측 법률대리인은 맥알파인의 명예를 흠집 내는 모든 언론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엔트위슬 사장은 뉴스나이트의 오보가 확인되자 “BBC 방송이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개탄하는 한편 방송 전까지 자신은 이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BBC트러스트의 크리스 패튼 회장은 엔트위슬의 사임 결정에 대해 “세상이 본받을 만한 명예롭고 용기로운 편집자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BBC트러스트는 BBC의 최고 의결기관이자 감독기구로 사장선임권 등을 갖는다.
엔트위슬의 사임 소식을 접한 마리아 밀러 영국 문화장관도 이는 “후회스럽지만 옳은 결정”이라며 “이처럼 중요한 국가기관에 신용과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팀 데이비(44) BBC 음향·음악 담당 이사가 엔트위슬의 직무를 대행한다.
1989년 BBC에 입사한 엔트위슬은 뉴스나이트를 포함 다수의 시사·뉴스 프로그램의 PD와 편집책임자 등을 거쳤다. 그는 기업비전 담당 이사로 재직하던 지난 9월 사장으로 선임됐지만,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터져 나온 새빌의 성추문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BBC의 유명 진행자로 지난해 10월 사망한 새빌이 생전에 1970년대부터 300여명의 아동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 영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