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빵집 논란 1년… 총수 일가 백기?

2012-10-24 13:26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대기업 빵집 진출과 관련한 논란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업체들이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최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베이커리 사업 지분을 정리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더 큰 것을 지키기 위해 작은 것을 내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계열사 빵집이 여전히 대형마트에 집중적으로 입점,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있던 대기업 빵집들이 '사업체 매각·총수 지분 정리·지분 소각' 등 각자 방식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대기업 빵집 논란이 공론화된 지 정확히 1년 만이다.

올해 초에는 대통령까지 나서 "경주 최씨는 흉년에 땅을 사지 않았다"고 말하며 대기업을 압박했다. 대통령 발언이 있은 직후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는 베이커리 전문점 아티제를 정리했다. 기술 제공 형태로 참여한 아티제블랑제리 지분도 홈플러스에 넘겼다.

당시 업계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잃을 게 적은 호텔신라가 발 빠르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업계의 시선은 롯데·신세계로 쏠렸고, 공정위는 연이은 현장조사로 이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압박이 조여오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손녀 장선윤 전 블리스 대표가 베이커리 전문점 포숑을 팔았다. 현대백화점도 이달 초 베이커리 브랜드 베즐리를 전문업체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연간 25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베즐리는 현대백화점 13개 점포에서 운영되고 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신세계도 결국 최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후 정유경 부사장의 지분을 정리키로 했다.

이 회사는 달로와요·데이앤데이·밀크앤허니 등 브랜드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앞서 신세계는 계열사 신세계SVN에 대해 입점 판매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특혜를 줬다는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모습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대형마트에서 운영 중인 빵집은 이들 대기업 계열사가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경우, 정 부사장이 지분을 정리했지만 신세계SVN을 통해 베이커리 사업을 계속 해나갈 방침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신세계SVN이 운영하는 데이앤데이가 이마트 138개 점포 가운데 111곳에 입점해 있다. 밀크앤허니 26개 매장도 현재 이마트에서 영업 중이다.

롯데 역시 포숑과 별개로 롯데브랑제리를 통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100여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131개 매장 가운데 130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역시 전체 326개 매장 가운데 242개에서 아티제블랑제리가 영업 중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 공세에 못이겨 대기업들이 베이커리 사업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중소 상공인과 밀접한 부분에 대해선 별다른 행동이 없다"며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대기업들이 빵집에서 철수한다고 해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