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채권’이 쥔 증권사 ‘흥망성쇠’
2012-10-17 17:16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돼 '채권의 시대' 초입에 접어들었다. '주식의 시대'를 연 증권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채권은 증권사의 흥망성쇠(興亡盛衰)에 '키'를 쥐고 있다.
채권의 흥(興)이라고 하면 빠르게 늘어나는 채권 수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4~6월) 증권사 채권 관련 이익은 1조39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6% 급증했다. 정책금리 인하 영향이 증권사 수익에 큰 도움이 됐다. 기준금리가 또다시 인하되며 수익 증가 기대감이 크다.
채권에서 비롯되는 망(亡)은 '후순위채'가 될지 모르겠다. 증권사는 지난 2010년 이후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확대했다. 만기 5년 이상의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인정돼 영업순자본비율(NCR)을 높인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후순위채 발행 관리·감독 강화방침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NCR 비율 150%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200%대 증권사도 몇 곳 있다. 이들은 자본 확충이 '발등에 불'인 증권사들이다. 향후 자산건전성을 이유로 증권업계 사상 첫 강제퇴출이 실현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채권이 일으키는 성(盛)은 중소형 증권사의 재조명이다. 대형사에 밀린 중소형 증권사들은 채권이나 주식 운용이 금융수익의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증권사 본업인 위탁매매에 강점을 갖고 있는 대형사의 '성골' 인식도 업계에 존재했다. 하지만 채권은 증권업계 구조 고착화를 깨고 있다. 국내 채권 주관 실적 상위에 KB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 중소형사 약진이 눈에 띈다. 최근 대형사마저 채권 인력 확충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채권은 증권사의 본업인 주식의 쇠(衰)를 불어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채권이란 안전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며 주식시장의 거래대금 감소는 증권사 장기불황을 불러왔다. 최근 증권업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력을 줄이고 지점을 통폐합했다. 전통 '주식맨'의 자리가 '채권맨'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