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센트럴시티 지분 인수…정용진의 '역습'

2012-10-16 17:42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신세계그룹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입점해 있는 센트럴시티 지분을 전격 인수했다.

유통공룡 롯데가 센트럴시티 부지를 인수할 것이란 각종 설이 난무한 상황에서 이뤄진 계약이라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세계는 16일 센트럴시티 지분 60.02%(3601만1739주)를 말레이시아 소재 투자목적회사 4개사로부터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총 1조250억원이다. 이번 인수로 신세계백화점은 센트럴시티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2대주주는 과거 율산그룹을 창업했던 신선호 씨(38.10%)다.

이번 인수를 통해 신세계는 강남점의 안정적인 영업권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매출 1위 점포 등극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 측은 "백화점 강남점의 안정적인 영업권 확보와 동시에 향후 터미널 부지 개발시 잠재가치가 높아 이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센트럴시티는 자본금 3000억원, 발행주식수 총 6000만주로 부동산 임대업과 자동차정류장사업을 하고 있다. 작년 1160억원 규모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00년부터 매장면적 5만1107㎡(1만5460평) 규모로, 20년 동안 장기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강남점은 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국 전체 백화점 단일 점포 가운데 매출 순위 2위다.

센트럴시티가 위치한 강남 고속터미널 부지는 인근에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고, 하루 유동인구가 70만명에 이르는 서울 대표적인 상권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센트럴시티 인수로 강남점은 전국 매출 순위 1위 백화점 등극을 눈 앞에 두게 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최근 인천점 사태로 신세계가 빠르게 센트럴시티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앞서 인천광역시가 신세계 인천점이 들어서 있는 종합터미널 건물과 부지를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세계 관계자는 "강남점 인수는 이미 2년 전부터 검토하고 있었다"며 "공교롭게 인천점 건물 매각과 겹쳤지만 센트럴시티 인수와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사실 인천점 사태 이후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센트럴시티 부지도 롯데가 인수할 것이란 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현재 신세계의 센트럴시티 임대료는 매출의 3% 가량이지만 롯데가 3.5%까지 배팅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때문에 신세계는 발빠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강남점마저 롯데 측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컸다.

한편, 유통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는 그동안 부지 확보와 점포 확대 과정에서 수차례 부딪치며 갈등을 빚어왔다. 인천점 사태 이전까지의 땅 전쟁에서는 롯데가 번번이 당했다는 평가다.

실제 2004년 부산 센텀시티 부지(현 신세계 센텀시티) 입찰에서는 막판에 신세계 측에 허를 찔렸다. 2009년에도 롯데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부지 매입 협상을 벌이던 경기 파주 아울렛 부지를 신세계가 사들였다. 이로 인해 양측의 갈등은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담당 임원을 문책하는 등 크게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고, 롯데는 상도의를 어겼다며 신세계를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급기야 땅 소유주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신세계 광주점이 입점한 건물주인 금호터미널의 최대주주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하는 등 신세계 임차 점포에 지속적으로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번번히 신세계에 당했던 롯데가 최근 인천점 부지를 매입하면서 자존심을 회복했다"며 "최근 롯데그룹 내부에서 센트럴시티까지 인수할 것이란 의견이 팽배했지만 신세계의 발빠른 조치로 양측은 이제 '장군멍군'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