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새 전셋값이 2000만원 이상 뛰었어요"…강남권 전세시장 '들썩'

2012-10-11 16:58
재건축 이주 수요 겹쳐 전세 물건 부족… 인근지역까지도 전셋값 오름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차아파트에 걸린 현수막. 신반포1차는 조합측에서 관리처분인가 전 선이주를 결정했다. /사진=권경렬 기자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전세 얻기가 힘들 것 같아서 미리 계약했어요. 이사는 다음달에 갈 건데 전세 물건이 있을 때 미리 잡아서 들어가야죠. 시간이 좀더 지나면 전셋값이 얼마까지 더 오를 지 모르겠어요.”(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차 아파트 세입자 마모씨)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일주일 새 전셋값이 2000만원 이상 오른 단지도 적지 않다.

올 연말까지 2700여가구의 재건축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데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전세대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0일 기자가 찾아간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차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이주일정 최종 확정-강남의 대표 명품아파트로 거듭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아직 재건축 관리처분인가가 나지 않았지만 조합 측에선 선이주를 결정한 것이다.

신반포1차 단지의 경우 이주 일정이 확정된 지난 7월부터 주변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선 상승 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인근 반포미도1차(전용 84㎡) 전셋값은 3억5000만원 선으로, 한달 새 5000만원 이상 뛰었다. 하지만 전세 물건이 많지 않아 3억8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반포경남(전용 79㎡) 역시 지난 8월 2억7000만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들어서는 3억3500만원까지 올랐다. 반포자이(전용 60㎡)의 경우 지난달 5억1000만~5억7000만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들어 6억1000만원으로 뛰었다.

반포동 대양공인 김한 실장은 “오는 12월 신반포1차(790가구) 이주를 앞두고 미리 전셋집을 알아보려는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며 “본격적인 이주이 시작되면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잠원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잠원한신(전용 84㎡)은 지난달 4억1000만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들어 4억4500만원까지 올랐다.

잠원동 에덴공인 정영숙 대표는 “신반포1차와 잠원대림(637가구)을 합치면 연내 1400여가구가 이 일대에서 이주한다”며 “전세 수요는 넘치는 데 물건이 달리다보니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전했다.

전셋값 상승세는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 현대아파트(전용 84㎡) 전셋값은 2억8000만~3억원 선으로 보름 만에 3000만~5000만원 뛰었다.

흑석동 우성공인 김동철 대표는 “반포동 일대 전셋값이 들썩이자 인근 흑석동으로 눈길을 돌리는 전세 수요가 적지 않다”며 “이달 들어 이곳 아파트 전셋값이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성북·노원구도 전셋값 상승세가 뚜렷하다.

성북구 하월곡동 월곡두산위브(전용 85㎡)는 한달 새 1000만~1500만원 올라 2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노원구 공릉동 비선아파트(전용 60㎡)도 지난달 1억7000만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초 1억8500만원으로 올랐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을 1000~2000만원 더 올려주더라도 재계약하려는 기존 세입자들이 많아 전세 물량이 많이 모자란다”며 “오르고 있는 전셋값이 쉽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전셋값이 오를 경우 빚을 늘려도 전세 난민을 면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을 분산시키고 전세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잠원대림아파트. 잠원대림은 오는 25일 관리처분 총회가 예정돼 있고, 오는 11월부터 이주에 나선다. /사진=권경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