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영사관 습격 계획적vs우발적 논쟁
2012-09-17 14:18
오바마 행정부 “사전 모의된 습격 아니었다” <br/>새로 선출된 리비아 지도자는 알카에다 비판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이슬람 모독 영화로 촉발된 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과 그에 따란 크리스토퍼 스티븐 대사 등 미국인 네 명의 사망 사건에 대한 시각차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테러 단체의 주모면밀한 계획설을 주장해 왔던 미국 정부는 한발 물러서며 결론을 유보한 상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벵가지 영사관 피습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에 있다”며 “사전에 계획된 공격이라고 결론짓지 않았다”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수잔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수집된 정보를 근거로 할 때 사전 모의되지 않은 동시 다발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즉 “이슬람 모독 영화에 대한 항의시위가 중무장한 소수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주도됐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미국 정부의 입장은 알카에다 등이 미국을 테러했다는 섣부른 단정에 따른 여파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즉 사전 모의설이 근거 없이 힘을 얻으면 사태를 방지하지 못한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오사바 빈 라덴 등 알카에다 거물들을 제거한 것을 공적으로 내세웠었다.
한 예로 사태가 발생하기 약 48시간 이전에 미국 정보국은 이집트 대사관에 유투브에 오른 비디오 때문에 소요 사태가 예상되고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는 통지를 했으나, 리비아 주재 대사관은 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정부가 사전 모의를 알았다면 미리 미군 병력을 파견해 이들 해외 주재 공관을 보호했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 선출된 리비아의 무함마드 알 마가리프 제헌의회 의장 등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가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 외국인들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알 마가리츠 의장은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와 리비아 내 무장조직 안사르 알 샤리아간에 이루어진 통신도 감청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섣부른 결론에서 한발짝 떨어진 상황이지만, 공화당은 사전 모의설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매파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의심할 여지 없이 극단주의자들의 사전 모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