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해지원 거절, 전략적 접근 실패한 정부 무력한 협상력?

2012-09-13 17:25
지원품목 보고 南 관계개선 의지 가늠한 듯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북한이 우리 정부의 수해지원 제안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전략적 접근에 실패한 정부의 무력한 협상력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수해지원을 놓고 북한과 과도한 협상을 하려다 오히려 북한에 거절을 당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1일 전화통지문에서 밀가루 1만t과 라면 300만개, 의약품ㆍ기타 물품 등을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북한은 12일 우리 정부의 지원 품목을 담은 통지문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며 비난했다. 표면적으로는 남측이 지원하겠다고 하는 품목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다.

북한이 지난 10일 지원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작년과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했던 영유아용 영양식, 과자, 초코파이, 라면 등 대신 쌀과 자재 장비의 지원을 요구한 셈이다.

북한 조선적십자회 대변인도 1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쌀이나 시멘트, 복구용 장비는 '다른 곳에 전용'될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런 것은 절대로 지원할 수 없다고 공공연히 줴쳐댔다(떠들어댔다)”며 이들 품목에 대한 정부의 지원 불가입장을 비난했다.

북측은 쌀, 시멘트, 복구 장비 등을 염두에 두고 지원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자신들의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적어도 쌀이나 시멘트 등에 대한 지원의사가 없으면 북한이 우리 측의 지원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지원 제안이 내부적으로 전략적 검토가 이뤄지고서 나온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측 제안을 거절을 해 오기 하루 전인 11일 "한마디로 북한과의 게임이 시작된 것"이라며 정부가 제안한 품목에 북한이 만족스럽지 못할 것임을 사전에 파악, 북한에 대한 수해지원을 '흥정'쯤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지원 품목을 둘러싼 남북 간의 견해차지만 북한은 품목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가늠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대해 5·24조치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건 것이기는 하지만 이 두 문제에서 진전이 있으면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북한도 마냥 남북관계를 틀어막고 있지는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따라서 이번 수해 지원이 북한의 의도한 품목 지원이 전달되면 추후 남북간의 다양한 대화를 통해 관계 개선을 노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북한의 '수해지원 거절'에 따라 앞으로 대남 공세는 더욱 강화될 공산이 크다.

북한 어선들이 12일 2회에 걸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다가 북측 해역으로 되돌아갔다는 점에서 서해상에서 긴장 고조를 위한 떠보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