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광고업계 '인력 빼가기'…동반 성장은 불가능한가?
2012-09-13 15:59
대기업들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등을 지질 때, 중소기업은 아직 차가운 윗목에서 재채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와 대기업은 먼저 아랫목이 뜨뜻해지면 그 온기가 윗목까지 전달될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落水)효과를 얘기해왔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왔지만, 좀처럼 윗목은 따뜻해지지 않았다.
때문에 상생 차원의 동반성장이라는 화두가 제시됐고, 실제로 대기업들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백지계약, 중소기업 기술 빼가기 등 불공정행위만 지속적으로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이런 양극화는 광고업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1년 광고업계 총 취급액은 12조7000억원가량이다. 그런데 상위 10개 회사의 취급액은 10조3000억원 정도로 80%를 상회한다.
2003년에는 그 비중이 69.1%였으니 점점 양극화가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광고산업통계 기준에 따르면 전체 광고회사의 수가 1500여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양극화도 이런 양극화가 없다.
열심히 군불 때면 뭐하나, 아랫목의 따뜻함이 윗목까지 오지를 않는데. 아예 보일러 공사를 다시 해야 할 판이다.
광고업계의 양극화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그 중 '사람'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광고산업은 창의력이 중시된다.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는 기계에서 나오지 않는다. 모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결국 사람이 전부란 얘기다.
회사의 중요한 인력이 대거 대형 광고회사로 수렴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 중소규모의 회사들은 인력 자체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바로 인력 빼가기다.
결국 중소기업들은 더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사람을 뽑아와야 하거나 신입사원을 뽑아 가르치며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인력마저도 일정 정도 경력이 쌓이면 다시 대기업이 뽑아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광고업계 대형 기업들에게는 그저 사람 한 명 보충하는 것이겠지만 보통 규모가 10~20명인 중소기업에서는 굉장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소규모 회사들은 회사를 유지할 수가 없다. 사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도 없고, 장기전략을 짤 수도 없다. 인력이 달리니 제대로 일이 돌아갈 수도 없다. 또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도 괜한 열등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도 문제는 크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목표가 좀 더 열심히 "광고하겠다"가 아니라 좀 더 열심히 해서 "큰 회사 가겠다"로 변질되는 것이다.
물론 그 자체를 욕할 일은 아니다. 누구나 더 좋은 직장을 꿈꿀 권리가 있다. 다만 그런 자세로 일을 하면 좋은 광고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면 시쳇말로 소는 누가 키우나?
광고업계를 대표하는 큰 회사들이 광고 사관학교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한단 말인가.
중소 광고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고, 그 사람들이 설령 큰 회사를 간다고 해도 잘못된 버릇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기에 대형 광고회사들의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다.
대형 광고회사들이 진정 동반성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신입사원을 더 많이 뽑아 교육시키고 운영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많이 뽑아서 교육시키고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낙수효과라고 볼 수 있다.